러시아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5일 기준 금리를 연 17%로 한꺼번에 6.5%포인트나 인상했다. 루블화 폭락과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극약(劇藥) 처방이었다. 그럼에도 루블화 가치는 1998년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러시아 경제의 추락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경제 제재에다 국제 유가(油價) 폭락의 충격이 겹쳤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석유·가스 같은 에너지 자원 비중이 국가 재정 수입의 50%를 넘고 수출 비중도 60% 가깝다. 국제 유가가 지난 6월 배럴당 110달러 선에서 최근 60달러까지 급락하면서 러시아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러시아와 함께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9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을 비롯해 터키, 인도네시아, 태국 등 주요 신흥 시장국들의 통화 가치가 동반 폭락했다. 여기에 달러화 강세(强勢)로 인한 자본 유출 위험이 커지고 있어 지난 1997~98년 아시아와 러시아를 덮쳤던 외환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 경제는 아직 신흥국 위기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다. 유가 하락도 우리 경제에는 경상수지 흑자 확대와 내수 진작에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신흥국 경제가 연쇄적으로 붕괴하면 우리에게 그 충격이 미칠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4160억달러의 외화를 보유하고도 디폴트 위기에 빠져드는 것처럼 일단 쓰나미가 밀려오면 외환 보유액을 비롯한 우리 경제의 안전판도 순식간에 휩쓸려 나갈 수 있다.

신흥국 불안으로 경제 침체의 불안감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경제 운용 방향도 위기관리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외화 유동성 관리와 함께 악성(惡性) 가계 부채를 정리하고 취약 업종의 부실을 미리 제거해나가야 한다. 나라 밖에서 위험한 바람이 불어닥치기 전에 우리 경제 내부의 환부(患部)를 선제적으로 수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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