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사건의 피의자 박춘봉(55·중국동포)에 대한 현장검증이 17일 오전 경기 수원시 매교동 주택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전 10시16분께 형사들에게 둘러싸여 호송차에서 내린 박씨는 골목에서부터 약 20m 떨어진 집까지 떠밀리 듯 매교동 전 주거지에 들어갔다. 이 곳은 박씨가 피해자인 동거녀 김모(48·중국동포)씨와 지난 4월부터 약 7개월 동안 동거하고, 지난 달 26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곳이다.

박씨는 검거 당시 입고 있던 곤색 점퍼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현장에는 영하 8도의 매서운 추위에도 주민 20여 명이 몰려 나와 박씨의 모습을 지켜봤다. 일부는 호송차에서 내리는 박씨를 향해 "짐승만도 못한 ×××야!" "너도 똑같이 팔, 다리 잘려서 죽어야 해"라며 고함을 질렀다. 집 근처 건물 옥상 등에도 박씨의 모습을 지켜보려는 시민이 곳곳에서 보였다. 집 안에서의 현장검증은 비공개로 진행된 탓에 취재진도 박씨의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었다.

그는 현장검증에서 경찰이 준비한 모형 흉기와 마네킹을 이용해 김씨를 살해하고 숨진 김씨 시신을 훼손하는 장면과 증거인멸을 위해 시신유기를 준비하는 장면을 직접 설명하며 대체로 무덤덤하게 재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검증에는 수사를 지휘하는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용정) 소속 검사 2명도 참여했다.

검찰과 경찰은 박씨가 '피해자를 밀어 넘어뜨려 살해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진술에 따른 재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소견대로 목을 조르는 장면 등 두 가지 시나리오로 검증을 실시했다. 이어 목과 팔 등을 훼손하는 장면도 재연했다.

현장검증을 밖에서 지켜본 권모(27)씨는 "오원춘 사건에 이어 또 이런 일이 생기니 수원을 떠나고 싶다. 법이 허술하니 이런 일이 생긴다. 당장 사형을 시켜야 한다"며 화를 냈다.

옆집에 사는 장모(62·여)씨는 "실제로 보니 심장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린다"며 "팔달산과 수원천에 매일 가는데 어떻게 그렇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시신을 버릴 수 있냐"며 치를 떨었다.

외국인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는 주민도 많았다. 김모(63)씨는 "지역에 외국인이 많은데 쓰레기도 함부로 버리는 등 문제가 많다. 전부 지문등록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약 1시간 동안 매교동 전 주거지에서 현장검증을 마친 뒤 박씨가 2차 시신훼손을 한 교동 월세방으로 이동해 현장검증을 이어나갔다.

교동에서의 현장검증도 마찬가지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집 주인의 요청에 따라 수십m 밖까지 시민과 취재진의 접근을 엄격히 통제했다. 주민 20여 명은 건물 2층 옥상에 올라가 박씨의 모습을 지켜봤다.

오후에는 박씨가 시신을 유기한 팔달산 등 4곳에서 현장검증이 진행된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19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