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청 美 핀리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최근 대학에서 성범죄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교수는 가르치고 지도하는 자의 지위와 힘을 갖고 있어 학생들의 감정과 인권에 둔감하고, 학생들은 배우는 자의 위치에 있어 피해에 함묵하기 때문이다. 학교 역시 교수들의 부도덕이나 범죄에 쉽게 관용하는 태도를 취해 성범죄 예방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대학 공동체와 사회가 성범죄 처벌 및 대처에 너무 관대하고 안이하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도 한국처럼 다양한 형태의 성범죄가 대학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대학 당국과 정부의 대비·대처 방식은 한국과 확연히 다르다. 미국은 1972년 통과된 연방 교육법 수정안 제9조에서 성범죄 발생 시 학교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는 즉각적 문제 해결과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관련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 학교가 어떤 형태로든 성범죄 사실을 인지했다면 피해자 의지나 경찰 수사와 상관없이 법이 정한 조사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를 전담할 '9조 코디네이터(the Title IX coordinator)'라는 직원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법적인 장치보다 대학 공동체 전체가 성범죄에 관해 '공통된 인식'을 갖고 함께 대처해 나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학에서 일어난 성범죄 처벌이 얼마나 가혹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2011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캠퍼스에서 발생한 아동 성추행 사건이다. 한 풋볼 코치가 1994년부터 2009년까지 성추행 범죄를 벌인 것으로 밝혀지자 미국 대학 풋볼 역사에 전설적인 감독으로 명성이 자자하고 은퇴를 코앞에 두고 있던 조 퍼터노(Joe Paterno) 감독이 물러났다. 총장과 부총장은 해고되고 대학은 600만달러의 벌금을 대학스포츠협회(NCAA) 에 지불해야 했다. 1300만달러 가치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거절당하고 법률 자문을 위해 5000만달러 이상을 썼으며 신입생 지원자는 2012년 9%나 하락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성범죄 범법자의 사회적 지위를 떠나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 학교든 직장이든 지위와 힘을 악용해 저지르는 성범죄는 반드시 조직 전체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성범죄를 뿌리 뽑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