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 4명이 지난 10일 '공무원연금개혁특위'를 연내에 구성키로 한 합의가 벌써부터 흔들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최종 마무리 짓는 시한을 정하자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들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 바깥에 연금특위와 함께 설치키로 한 '연금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성격에 대해서도 여당은 의견을 표명하는 자문기구 정도로 보는 데 비해 야당은 이 기구의 동의 없이는 최종 합의가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사회적 대타협기구에는 공무원노조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최종적으로는 국회에서 관련 법들의 개정을 통해 이뤄진다. 야당의 입장대로라면 국회가 만드는 법안에 대해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승인을 일일이 받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이 기구가 사실상 국회 위에 자리 잡은 상왕(上王) 노릇을 할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연합은 그간 공무원연금 개혁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밝혀왔다. 당 지도부에서 "정부·여당이 연금 개혁에 나선 것은 용기 있는 일"이라는 말도 여러 차례 나왔다. 그러나 말은 이렇게 하면서 정작 공무원연금의 무엇을 어떻게 고치자는 데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정부·여당의 개편안이 나온 지 벌써 한 달 반이 지났는데도 야당은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정부·여당안은 공무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이라는 무책임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 문제는 공무원들의 은퇴 후 생활수준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공무원들의 동의를 최대한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 현실적으로 내년 상반기를 넘기게 되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이 문제를 계속 밀어붙이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의 태도는 계속 시간을 끌어서 이 문제를 흐지부지하겠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지금 시중에선 새정치연합에 대해 '존재감 없는 야당', 심지어는 '댓글 정당'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최근 불거진 이 정권의 비선(袐線) 실세 의혹에서 야당이 어떤 주도적 역할도 하지 못하고 언론에 나온 의혹에 논평이나 내놓는 것을 주업(主業)으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여야는 다음 주 초 연금 개혁 완료 시한을 정할지, 대타협기구의 권한을 어느 정도로 할지 등에 대해 추가 협상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새정치연합은 지금처럼 말로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찬성한다면서 시간만 질질 끌 게 아니라 이른 시일 내에 자체 개편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와 함께 이 개혁을 완료할 목표 시한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이유를 당당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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