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는 현실에 대한 고도의 은유다. ‘피노키오’의 원작자 카를로 콜로디 역시 현실주의자였다. 고국 이탈리아의 독립을 위해 전쟁에 참전했고, 애국사상을 고취하기 위해 정치 잡지를 창간하기도 했다. SBS 수목극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반사적으로 딸꾹질을 하는 가상의 ‘피노키오 증후군’을 소재로 삼는다. 그리고 주인공은 기자다. 국내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남녀 주인공을 베테랑이 아닌 ‘수습기자’로 내세우는데, 제목처럼 드라마는 진실과 거짓말에 대한 원작 동화의 메타포로 점철돼 있다. 기자의 세계를 다루는 만큼, ‘진실에 대한 사명’ 같은 보도의 거창한 논리도 빠지지 않는다. 극중 소방관이었던 이종석의 아버지가 화재 현장에서 실종된다. 뉴스는 대원들을 버리고 도망친 파렴치한으로 아버지를 몰고 간다. 가정은 파탄 난다. 상처받은 어머니는 이종석과 동반 자살을 꾀하고, 어찌어찌 살아남은 이종석은 그에 대한 울분으로 기자가 된다. “언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큰 물음으로 시작해, 매회 수습기자들이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비뚤어진 대한민국의 민낯을 드러낸다. 사실 이건 기자를 다룬 드라마의 흔해 빠진 연출 방식으로, 진짜 재미는 수습기자라는 ‘머슴’의 신분에서 나온다. 이 드라마의 핵심인 ‘수습기자의 세계’는 선배에게 보고할 기삿거리 하나를 챙기기 위해 사방팔방에 읍소해야 하는 비참함을 상당히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작은 거라도 좋으니 사건·사고 하나만 알려달라”는 애원에 한결같이 뚱한 얼굴로 “조용~ 합니다”를 연발하는 형사들과 씨름하고, 잠에 쫓기면서도 입에 “죄송합니다”를 달고 살아야 하는 진정한 미생(未生)의 삶이다.

드라마 ‘피노키오’에서 방송사 수습기자로 나오는 이종석(왼쪽)과 박신혜.

직업의 실상을 정면으로 다루되,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적 범주를 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패의 가능성을 줄인 약은 드라마다. "우리가 찾은 게 진실이 아닐 때, 그것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 신호를 보낸다. 그건 바로 의심" 같은 내레이션으로 그럴듯한 아우라까지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고질병은 여전하다. 경찰서에서마저 연애를 한다. 실제 사례가 목격된 바 없지 않으나, 이종석을 향해 "기자가 된 건 다 너 때문이야"라 고백하는 박신혜의 대사는 현실적 몰입에 찬물을 끼얹는다. "좀비에 가까운 몰골"과는 몹시 다른 박신혜, 특히 이종석의 깔끔한 행색은 KBS '추노'에서 도망 노비라기엔 너무도 양반 같았던 언년이(이다해)의 기억을 소환한다.

작가가 실제 SBS 수습기자 2명을 대상으로 밀착 취재해 대본을 썼다고 한다. 갸륵하긴 하나, 외부 관찰자 시점의 한계는 어쩔 수 없는 모양. ‘취재’와 ‘보도’를 그저 ‘진실성’이라는 거친 관념 안에 가두는 데 그친다. 회사원으로서의 자격지심, 경쟁사 간 이념 대립 등 업계 종사자가 겪는 고민의 이면(裏面)에 대해선 별다른 생각이 없는 듯싶다. 어색한 박신혜의 딸꾹질 연기처럼, 드라마가 불안불안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