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변 싱크탱크의 한반도 연구 책임자를 지낸 중국 전문가가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는 것은 미국에 큰 선물을 주는 것으로, 북한이라는 65년 전통의 동반자를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중국 여론과 학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한 포기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 저장(浙江)대학 한국연구소의 리둔추(李敦球) 객원연구원은 27일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에 기고한 글에서 “중조(中朝·중국과 북한) 수교 65주년을 맞아 중국 내에서 ‘북한 포기론’이 대두하고 있지만, 동북아의 지정학 구도는 큰 변화가 없으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는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리둔추 연구원은 중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연구자로 국무원(행정부) 발전연구센터 한반도연구소 주임을 지낸 인물이다.

리 연구원은 '북한 포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근거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첫 번째는 현대의 전쟁에서는 지정학적 장벽이 무의미해졌으며, 따라서 북한은 더이상 중국의 전략적 장벽 역할을 담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리 연구원은 “그렇다면 미국은 왜 주한ㆍ주일 미군을 철수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화하고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썼다.

두 번째로 북·중 양국 사이에 갈등이 격화되고, 주요 국제적 현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북한이 중국의 말을 듣지 않으면서 북한이 중국의 ‘마이너스 자산’이 됐다는 것이다. 리 연구원은 이에 대해서도 “표면적인 현상일 뿐”이라면서 “동맹국 간에도 이견과 갈등이 존재할 수 있으며, 문제는 이를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중 간 갈등은 중·일 간 갈등과 다르고, 예전의 중·소 분쟁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높지 않다”면서 “사회주의 북한도 지정학적으로 중국 외에 대안이 없는 만큼, 양국 우호 관계는 서로 필요한 것”이라고 썼다.

리 연구원은 이어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게 된다면 이는 미국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는 ‘전략적 오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을 포기하면, 북한이 제 3국의 품에 넘어가거나 스스로 붕괴할 수 있다. 고립무원의 북한이 결사 항전에 나서면서 한반도가 전화에 휩싸일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어느 경우든 결과는 중국에 불리해진다”고 했다.

리 연구원은 또 ”과거 청일전쟁 때처럼 해양세력이 전체 한반도를 통제하는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 포기는 역사의 금기를 어기는 것으로 미국은 6·25전쟁에서도 얻지 못했던 전략적 이익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