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감산 합의 무산을 계기로 1960년 설립 후 유지해 온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카르텔(담합)'이 사실상 해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쿠웨이트 등 5개국으로 출범한 OPEC는 이후 12개국으로 늘어나 현재 하루 생산량 약 3000만배럴로 전 세계 석유 시장의 약 40%를 담당하고 있다. 막강한 공급량을 앞세워 가격을 좌지우지하며 1970년대 1·2차 오일 쇼크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가깝게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로 떨어지자 사상 최대 규모인 하루 220만배럴 감산을 단행해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대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OPEC의 위상은 급격히 하락했다. 우선 미국의 셰일가스·오일(암반층 사이에 있는 천연가스와 석유)이라는 외부로부터의 도전이다. 미국은 2010년부터 신기술을 이용해 셰일가스·오일 생산량을 급격히 늘렸다. 이를 합쳐 올해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1100만배럴로 러시아(1090만배럴)·사우디아라비아(990만배럴)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에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향후 세일가스 공급 확대로 OPEC의 세계 원유 시장점유율이 향후 4년간 5%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OPEC 회원국 내부의 이익도 첨예하게 갈려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는 낮은 유가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이 국가들이 이번 회의에서 감산에 반대한 이유다. 하지만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은 유가 하락이 곧장 재정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 이 국가들로서는 유가가 하락하면 언제든 OPEC 합의를 깨고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는 "OPEC이 감산을 통해 유가를 끌어올려도 비(非)OPEC 산유국이 동참하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에너지 시장에서 OPEC의 영향력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분석 기업 '오일 프라이스 인포메이션' 창업자 톰 클로자는 "내년 봄까지 OPEC 회원국이 감산에 합의하지 못하면 재고가 쌓여 원유 가격은 배럴당 3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