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5일 통진당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사건의 최종변론 기일을 열고 청구인 측인 정부와 피청구인 측인 통진당의 마지막 주장을 듣고 심리 절차를 마무리했다. 선고 날짜는 추후에 지정하기로 했다.

이제 통합진보당의 운명(運命)은 5기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의 손에 달렸다. 9명 중 6명 이상이 정당 해산을 결정하면 통진당은 해산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정당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재판관들의 성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판관들은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한다고 하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개인적 신념과 경험, 정치적 성향 등이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5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박한철(가운데)소장과 재판관 8명이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의 최종 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재판관들 앞에 법무부와 통진당 양측이 제출한 A4 용지 17만쪽 분량의 사건 기록이 수북이 쌓여 있다.

재판관 9명의 출신과 성향은 모두 다르다. 재판관의 임명·지명·추천 과정이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대통령·대법원장·국회 등으로 3명씩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기준으로 정치권에서는 현재 재판관들을 보수 6명, 중도 1명, 진보 2명으로 분류한다.

보수로 분류되는 6명은 박근혜 대통령, 양승태 대법원장, 새누리당을 통해 재판관이 된 경우를 말한다. 박한철 소장과 서기석·조용호·이진성·김창종·안창호 재판관이 여기에 속한다. 여야 공동 추천을 받은 강일원 재판관은 중도로 분류되고, 야당 추천을 받은 김이수 재판관과 2011년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정미 재판관은 진보로 분류된다.
이 재판관은 이 사건 주심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재판관은 재판관으로 임명될 때 '비(非)서울대 법대 출신의 40대 여성 판사'라는 점 때문에 파격 인사로 꼽혔다. 이 재판관은 울산 출신으로 마산여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왔다.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7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울산지법, 서울서부지법,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부산고법, 대전고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이 재판관은 2011년 진보 성향의 이용훈 대법원장이 이공현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지명한 사람이다. 전효숙 전 재판관에 이어 두 번째로 임명된 여성 헌법재판관이다. 당시 이 대법원장은 소수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 인물이 헌재에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이 재판관을 지명했다고 대법원 관계자는 말했다.

비교적 진보 성향으로 평가되는 이 재판관은 2012년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관련한 이른바 '사후매수죄'에 대해 합헌 결정이 났을 때 김이수 재판관과 함께 위헌 의견을 낸 적이 있다. 그렇지만 이 재판관과 김 재판관을 무조건 '진보'로 분류하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이 재판관의 경우 2012년 '낙태 처벌'과 관련해 박 소장과 함께 합헌 결정을 하는 등 보수적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대법원과 달리 헌재 주심은 사건의 진행을 도맡을 뿐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9명 모두가 참여해 치열한 평의(評議)를 거칠 것이기 때문에 주심이나 특정 재판관의 개인적 신념이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판관 9명 중 상당수는 이미 해산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부터 18차례에 걸쳐 진행된 변론 과정을 통해 제출된 증거와 양측의 주장을 근거로 어느 쪽이든 상당한 심증(心證)을 굳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재판관은 "아직까지 재판관 누구도 찬반 의견을 평의 과정에서 내보인 적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