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 HD행복연구소. 최성애 박사가 자녀 문제로 찾아온 한 주부와 상담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엄마와 아이를 떨어뜨려놓는 정책과 문화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애착 손상(정서적 트라우마)'을 겪은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HD행복연구소 최성애(58·심리학 박사) 소장은 "현재 우리 아이들은 위험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엄마와 아기는 분리되고, 유모차를 태우며 또 떨어져 있게 된다. '워킹맘'이 늘면서 아이들은 할머니·친척·베이비시터 등의 손으로 넘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 박사는 이화여대를 나와 미국 시카고 대학 등에서 심리학·인간발달학 석·박사를 받았다. 미시간 공대에서 심리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5년 귀국해 가족클리닉과 행복연구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독친(毒親)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는 아이에게 어떤 존재인가.

"아이는 생후 2년여 동안 엄마를 통해 정서적 뿌리를 내리는데, 이때 양육자가 바뀌거나 엄마와 떨어져 있으면 아이는 '애착 손상'을 입게 되고 성인이 된 뒤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다. 이 시기 아이들은 생존을 위한 다양한 신호를 나타내는데 이때 엄마가 없어 즉각 반응하지 못하거나, 산후우울증 등으로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믿음'이 깨져 불안하게 자란다."

―엄마의 사랑이 결핍된 아이들은 어떤 문제를 일으키나.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우울증·불안증·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 다양한 부작용을 나타낸다. 실제 65세까지 결혼을 못 한 남성을 상담한 적이 있다. 이 남성은 1~2년간 연애는 즐기지만, 여성이 결혼을 하자고 하면 뒷걸음치기를 반복했다. '어릴 때 부모님과 떨어져 있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돌이 될 즈음 부모가 2주일 정도 유럽 여행을 가느라 이모에게 맡겨졌고, 이때 울다 지쳐 잠이 들 만큼 보챘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 남성은 쉽게 사랑을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워킹맘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취학 아동 25%가량이 '정서 불안' 증세를 나타내고, 폭력 학생 수도 10년 사이 5배가량 급증했다. 모두들 IMF 시기 이혼율이 증가하고 가정 해체 문제가 심각할 때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무상 복지 정책은 부모들의 시각에 맞춘 것이다. 이런 정책을 계속하면 아이들은 부모와 사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이런 사회는 범죄율과 살인율도 높다. 영국에서 2차대전 직후 여성 노동력이 필요해 아이들을 국가가 보호해주는 '무상 복지' 정책을 폈다. 그 결과 엄마와 떨어져 자란 아이들은 건강이 안 좋아지거나 정서 장애를 앓게 됐다. 그때 나온 것이 '애착 이론'이다. 서양에선 모유 수유, 어부바 등 '한국식 양육법'이 유행하고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무상 복지는 조손 가정 등 취약 계층에 대해 제한적으로 시행하되 질이 높아야 한다. 나머지는 생후 2년 이내 휴·복직 보장, 직장 내 보육시설 확충 등 아이의 애착 관계를 깨지 않는 데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