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2만3천달러를 넘어서 이제 3만달러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경제성장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 할 수 있지만 급성장 이면에는 다양한 위험요소가 숨어있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부터 올해 세월호 참사, 판교 환풍구 참사까지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도심에 싱크홀이 생기는 등 도시기반시설마저 노후화됐다.

특별히 싱크홀이 위험한 이유는 언제 어디서 무너져 내린다는 보장과 예측이 어렵다는 점이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싱크홀. 다음 사례를 통해 세계도시와 한국 싱크홀의 심각성을 알아봤다.

지난 8월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도로 밑에서 발견된 대형 동공의 모습.

지난해 미국 백악관 인근에서 갑작스레 땅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당시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주원인은 지하 배수시설의 낙후와 인근 지하철 공사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것이라고 했다.

이 싱크홀을 메꾸는 데는 총 200만여달러(약 22억5000만원)라는 큰 비용이 투입됐다. 공사관계자는 "그동안 해본 보수 작업 중 가장 복잡한 공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욱이 인근에는 호텔과 빌딩 등의 건물이 자리하고 있어 자칫 대형 참사를 부를 뻔했다.

또 다른 사례는 중국 쓰촨원왕시(四川聞網新)의 한마을에서 발생한 싱크홀 현상이다. 보도에 따르면 싱크홀의 규모는 지름 60m, 깊이 약 30m로 지금까지 중국내 알려진 싱크홀 가운데서도 최대 규모였다.

이날 이곳은 갑작스럽게 땅이 꺼지면서 집과 축사가 묻혔고 인근 가옥에선 균열현상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이용하면서 지반 하부가 약해져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추가사항으로 쓰촨성에 큰 지진이 잇달아 발생한 것도 원인으로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 백악관 인근에서 발생한 싱크홀(위)과 중국 쓰촨성에서 발생한 싱크홀(아래)의 모습.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8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 왕복 6차선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했다. 싱크홀은 석촌역에서 삼전동으로 넘어가는 지하차도 끝 부분에 생겼으며, 깊이는 3m가량으로 추정됐다. 이곳은 현재 지하철 공사 중이며, 인명 피해는 없으나 이 때문에 주변 일부 도로 구간이 통제됐다.

이외에도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다가구주택이 30cm가량 내려앉아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건물은 지하철 9호선 공사구간과 50m가량 떨어진 이면도로에 있다. 이 때문에 하수관로의 노후는 물론 지하철 공사의 영향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의 하수관로는 지난해 말 기준 1만392㎞다. 이 중 당장 교체해야 하는 20년 이상 된 노후 하수관이 73.3%(7620.8㎞)에 달한다. 여기에 노후 하수관로 때문에 발생한 도로 함몰은 2010년 409건에서 지난해 754건으로 84% 급증했다.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싱크홀. 그 아래에는 동공이 숨겨져 있다.

땅속뿐 아니라 땅 위도 노후화가 심각하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도로와 다리 등 기반시설은 총 541곳으로 이 가운데 57%(306곳)가 20년을 넘어섰다. 여기에 오는 2030년이면 30년 이상 노후시설물이 83%에 달한다.

또한 서울시 안전등급 기준 재난위험시설물인 D·E등급으로 지정된 가구는 현재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2557가구다. D등급은 주요 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 또는 보강이 필요하며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다. E등급은 심각한 결함으로 인해 시설물의 안전에 위험이 있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해야 하는 상태다.

안전 진단 결과 E급 판정을 받은 서울 서대문구 K아파트. 현재 이곳은 철거될 예정이다.

지난 2010년 안전행정부가 국민안전의식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국민의 83%가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우리나라의 안전사고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앞으로 겉만 번지르르한 성장이 아닌 선진국 수준에 걸맞는 안전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