賛: 정치적 판단 배제하고 持續(지속)가능성 초점 둬야

국민연금과 격차 크고 낸 돈 대비 연금액 너무 많아
여당案 통과돼도 65년간 매년 稅金 13조 투입해야
고령화·저성장 사회 맞춰 자동안정장치 도입하길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미국 텍사스 A&M대 재정학 박사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개정안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공무원 사회에선 국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재정 불안정 문제를 공무원 책임으로 돌리려 한다고 불만이 크다. 반면에 강도를 낮게 개혁하면 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높지 않고, 공무원 임용 시점별로 제도 적용에 큰 차이가 생겨 신·구 공무원 간의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처럼 상반된 주장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문제 해결의 지름길은 관련 사실을 정확히 알리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이 도입된 1960년 당시의 공무원연금 평균급여율(퇴직 전 소득 대비 연금 비율)은 평균 40%였고 60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퇴직수당이 도입된 1991년까지 확대일로였다. 급여율이 76%로 90%나 올랐다. 배우자에게 지급하는 유족연금도 75%나 올랐다. 연금 지급 연령이 낮아져 20년 가입하면 40대부터 연금을 받게 했다.

우리가 역주행하는 사이 대표적 복지국가인 스웨덴은 1985년부터 연금개혁 논의를 시작했다. 인구 고령화와 저성장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는 기존 연금제도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봐서다. 많은 진통 끝에 1999년(공무원은 2003년)부터 부담한 만큼 연금을 받는 제도로 바꿨다. 오스트리아·일본·독일·노르웨이도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했다.

우리는 어떠했는가. 공무원연금보다 늦게 출발한 국민연금은 고통스러웠지만 급여율을 43%나 깎았다. 연금을 받아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선제 대응한 것이다. 이런 국민연금도 2007년 개혁 당시에는 '반쪽짜리 개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보험료를 올리지 못해서였다. 그런데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가 거론되면서 국민연금을 많이 깎았다며 국민연금 급여율을 올려 '중향(中向) 평준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 국민연금 재정 계산에서 보험료를 9%에서 16%까지 올려야 재정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도 말이다.

외국 사례는 우리 국민연금에 대한 전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우리처럼 2030년까지 급여율이 40%로 떨어지는 독일의 보험료는 이미 소득의 19% 선이다. 2030년까지 독일 정부가 목표로 하는 보험료는 소득의 23%다.

공무원연금 급여율은 2009년 개혁으로 소득의 62.7%로 깎였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확실하게 해야 할 대목이 있다. 공무원연금은 33년이 만기이므로 국민연금과 동일한 가입 기준(40년)을 적용하면 2009년 이전의 급여율 76%(33년)는 92%(40년)가 되며, 2009년 이후의 62.7%(33년)는 76%(40년)로 올라간다. 개혁 이후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급여율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공무원연금의 재정 상태가 훨씬 불안정한데도 말이다.

문제는 또 있다. 신·구세대 차별 없이 개혁 시점 이후에는 동일한 제도를 적용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은 고통의 강도가 높은 개혁 조치는 신규 임용자에게만 적용했다. 개혁 효과가 현저히 줄 수밖에 없다. 또 개혁 이후 5년도 안 되어 적자 폭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배경이다.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아 공무원연금 재정 불안정이 초래됐다는 주장도 과장됐다. 정부가 전용(轉用)한 공무원연금기금은 현재 가치로 17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 중에서 10조원 이상은 이미 적자로 보전됐다. 2020년 이후에는 연간 적자만 7조원이 넘는다. 2~3년 지나면 정부가 전용했다는 기금을 메우고도 남는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국가 부담이 적다는 주장도 오해에 기인한다. 그 나라들은 공무원 수 대비 연금수급자 비율이 우리보다 2~3배 더 많아 정부 부담이 많은 것이다. 후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기 위해 충당 부채를 미리 갚아서 정부 부담이 많아지는 측면도 있다. 이 국가들처럼 공무원연금 충당 부채 484조원(퇴직수당 포함 시 515조원)을 미리 갚아 나가면 우리의 국가 부담도 결코 적지 않다.

지난 13일 정부 대전청사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포럼에서 공무원 노조원들이 입구를 막고 포럼 참석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보험료를 많이 낸다는 것도 부풀려졌다.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보다 많이 부담하는 것은 최근 들어서다. 2009년까지 부담했던 보험료는 '보수월액(국민연금 기준인 '과세소득'의 65% 수준)' 기준이어서 보험료율은 높았어도 실제 부담한 보험료는 높지 않았다. 2009년까지 냈던 '보수월액' 기준 보험료 8.5%는 국민연금 기준으로는 5.525%다. 국민연금(4.5%)보다 1.025%포인트 높을 뿐이었다. 1998년 1년간은 오히려 국민연금 보험료가 조금 더 높았다.

공무원연금 보험료가 본격적으로 높아진 것은 2010년 이후부터다. 보험료를 많이 부담한다고 느끼는 배경은 보험료를 산정하는 기준 소득이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보험료 산정 소득이 54% 오르고 보험료율이 2012년에 7%로 오르다 보니 보험료 절대액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기준 소득이 늘어난 만큼 연금액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향후 고액 연금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배경이다.

2000년 이전에 퇴직한 공무원, 특히 재직 기간이 20년인 공무원의 수익비(낸 돈 대비 받는 연금액 비율)는 최소 6배가 넘는다. 2006년 임용자도 수익비가 3배를 넘는다. 이러한 공무원연금이 유지될 수 있겠는가? 받는 연금 액수도 문제다. 국민소득은 일본의 3분의 2 수준인데 2020년부터는 일본의 공무원연금보다 월평균 100만원 이상 더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공무원연금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개정안이 통과되어도 향후 65년 동안 연평균 13조4000억원의 적자보전금이 세금으로 투입되어야 한다. 저소득층 대상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예산이 연간 8조원대임에 비추어 볼 때 적자보전액이 과도하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일반 국민과 공무원 신·구세대 간의 형평성,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 전가 최소화라는 원칙하에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한다. 정치적인 판단은 최소화하고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개혁 논의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외국 개혁 사례로부터 얻어야 할 교훈은 정치적 판단을 차단한 자동안정장치 도입 정신일 것이다.

反: 공무원 불안 극대화하고 재정 改善 미흡해

공무원들 '부도덕하고 이기적인 집단' 매도에 불만
여당案, 현재·미래 공무원에게 문제 해결 떠넘겨
공무원연금·국민연금 당장 같아지게 할 수는 없어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영국 셰필드대 사회정책학 박사

최근 활발한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지는 생각은 다양하다.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개혁 조치인 반면, 공무원은 불만은 많으면서도 대놓고 반대하면 이기주의적 행동으로 몰릴 것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걱정한다. 하위직 공무원은 월급이 적어 연금도 적은데 고액 연금을 받는다고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이 불만이다. 특히 공무원연금은 퇴직금과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까지 포괄하는 종합보험적인 성격을 갖는데도 국민연금과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하는 것을 불합리하게 여긴다.

사실 공무원 입장에서는 공무원연금이 공격받는 최근 현실이 억울할 만한 부분이 없지 않다. 50대 초반에 후배들에게 밀려 퇴직해도 '관피아'라고 해서 전직(轉職)에 제한을 받는다. 공무원연금이 대단한 특혜인 양 공무원들을 부도덕하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간주하면서 여론전을 통해 공무원을 압박하는 것도 불만이다. 과거 정부가 멋대로 수십조원의 공무원연금 기금을 낮은 이자율로 써버리고 나서 기금이 고갈됐으니 공무원연금을 과거 약속대로 줄 수 없다는 것도 공무원들을 화나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은 일부 불합리한 조항 때문에 특권 제도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재정 문제로 정부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지경이라는 점이다. 작년에도 퇴직자와 유족 36만명에게 공무원연금을 주기 위해 부족한 돈 2조원 정도를 정부 보전금이라는 명목으로 국민 세금을 통해 해결했다. 2020년이 되면 그 금액은 연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말만 나오면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던 공무원노조도 이번에는 어느 정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소극적이나마 동의하고 있는 건 이런 심각한 재정 문제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합리적 방안은 연금 개혁으로 인한 공무원들의 불안감은 최소화하면서도 개혁의 목표인 재정 절감 효과가 극대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여당이 내놓은 방안은 여러 측면에서 비합리적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여당 방안의 비합리성이 지니는 문제점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여당 방안이 비판받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공무원연금 문제의 원인 해결에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국민연금 재정 문제는 미래의 문제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가 핵심일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은 이미 재정 문제가 발생하였고 그 문제의 원인은 현재 연금 수령자들이 낸 돈보다 지나치게 많은 연금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혁의 핵심은 현재 연금 수령자들에 대한 조정이어야 한다. 그런데 여당안은 이들에 대한 과감한 조치 없이 현재 혹은 미래의 공무원들에게 문제 해결을 떠넘기려 한다.

여당안에서는 연금 수령자들이 받는 연금액에서 2~4% 정도를 떼 재정안정화 기여금으로 충당하겠다지만 이는 면피용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일부 전문가는 연금 수령자들의 적극적 개혁 동참을 유도해 현재 공무원들의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적자 개선이나 형평성을 고려한 안을 제시하고 있는데도 여당안은 현직 일부 공무원 계층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데 급급하다.

또 다른 문제는 공무원 집단 내에서의 형평성 문제다. 현직 공무원들에게는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서 보험료율을 소득의 10%까지 크게 인상시키기로 했다. 반면 신규 공무원들에게는 보험료율을 국민연금 수준인 소득의 4.5%로 내리되, 연금 급여 수준은 거의 60% 이상 줄이면서 일부를 민간기업 같은 퇴직금제 도입으로 상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같은 직역(職域) 연금 내에서 보험료 수준을 이처럼 2배 이상 차등을 두고, 급여 역시 이원화하는 방식을 도입한 나라는 거의 없다. 여당에서는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에 맞추겠다는 계획에서 나온 것이라지만 신규 공무원들로부터 보험료를 지금보다 훨씬 적게 받으면 수입이 줄어 재정 절감 효과는 거의 사라지고 제도 내의 불합리성만 증가시키게 된다.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같게 만든다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논의할 수 있지만 현재처럼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간의 간극이 큰 상태에서 단번에 같아지게 할 수는 없다. 여당은 한 번의 개혁으로 공무원연금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 역시 문제의 진단을 잘못 내리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 공무원연금 수급 연령을 65세로 높이면서 정년 연장에 대해서 아무 대안도 제시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선진국에서는 연금 수급 연령을 올리는 것은 정년 연장과 동의어(同意語)다. 그런데 일반 국민도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되기 전에 대부분 퇴직하니 공무원도 그것에 맞추라는 여당의 방안은 공무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정년 역시 연금을 타는 나이와 함께 조정하되 정년 연장으로 발생하는 연금액 변화를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타당하다. 60세에 퇴직해 65세부터 연금을 타라는 것은 공무원들의 불안을 극대화할 뿐이다.

정부와 여당은 여론전을 통해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밀어붙일 기세다. 국민에게는 여당안이 "미래 공무원들은 국민연금에 맞춘다"고 하니 공무원연금이라는 공무원들의 특권을 제거하는 개혁 정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여당안은 우리나라의 노후 소득 보장 체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 없이 기계적으로 국민연금과 맞추려 하고 재정 안정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재정 절감 효과는 상당히 미약하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공무원연금은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제도이고 개혁이 필수불가결하다"고 판단했다고 해서 여당이 내놓은 모든 개선 방안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정부와 여당은 기존의 안을 고집하지 말고 합리적이면서도 재정 절감도 극대화할 수 있는 수정안을 제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