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박사(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

북한에서 한때 천일야화(千一夜話)가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외부 문물이라고는 별로 접해 볼 수 없는 북한사람들에게 천일야화는 상당한 재미를 주었고,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필독서가 되다시피 했다.

김정일 사망 후 김정은은 세습정권의 안정을 위한 최선의 대책으로 탈북자방지전략을 세웠다. 이에 따라 탈북자 현장 사살, 탈북자 가족 3대 멸족이라는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지령을 내렸다. 2012년 2월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 34명의 강제북송을 앞두고 박선영 전 국회의원은 단식에 돌입했고, 인권단체들은 탈북자 강제북송을 저지시키기 위한 대규모 캠페인을 시작했다.

북한에 가족을 두고 있는 탈북자들은 매일같이 집회를 열고, 중국정부에 탈북자 강제 북송을 중지해달라고 간절히 요청했다. 많은 정치인들과 함께 안찬일 박사,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김충성 탈북선교사, 최주활 탈북자동지회 회장 등 탈북 인사들과 김석원 평양시민회 회장, 김길자 경인여대 명예총장을 비롯한 인권운동가들도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 단식시위에 합류했다.

그렇게 시작된 캠페인이 2014년 11월18일까지 1000일 동안 이어져 왔다. 특히 70세 이상의 탈북노인들은 지난 1000일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리로 나가 아스팔트 위에서 더위와 싸우고, 추위와 싸웠다.

정성이 지극하면 돌 위에도 꽃이 핀다고 하고, 1000일을 정성을 들여왔지만 북한 주민의 배고픔도 여전하다. 중국으로 탈출한 탈북자들의 강제북송 또한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9월 17일 유엔식량농업기구와 국제개발기금, 세계식량계획은 ‘2014년 식량 불안 상황’ 보고서에서 북한주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930만명(37.5%)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국경을 통해 전해지는 북한주민들의 상황은 300만명의 아사자를 냈던 1996년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와 국제구호단체들은 현재까지 20년이 넘게 북한에 식량구호사업을 해오고 있지만 북한주민들의 굶주림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제적인 관심은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들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언제쯤 해소될지, 탈북민들은 애타는 호소와 간절한 요구를 담은 1000일 시위를 몇번이나 더 해야할지, 안타깝고 막막하다.

지난 1000일을 돌아보면, 세계적인 재즈가수인 보니엠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 때도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을 막아주고,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해결에 동참해달라고 간절한 편지를 보냈다. 유엔과 국제사회에 북한의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청원서를 여러 차례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북한에서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사람들을 잔인하게 공개처형하고 있다. 주민들은 굶주림 속에 허덕이다가 굶어 죽거나 탈북을 선택하지만 중국 땅에서 정처 없이 떠돌다가 강제북송돼 갖은 고문을 당하거나 공개처형을 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인권법은 국회 서랍에서 10년 가까이 잠을 자고 있다.

슬퍼도 너무 슬프다. 잔인해도 너무 잔인하다. 1000일을 아스팔트 위에서 비바람과 눈바람을 맞으며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너무도 먼 길이 아직도 남아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우리 탈북자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압제에서 벗어나고 북한 땅에 자유와 굶어죽지 않을 권리가 주어질 때까지 힘들고 지쳐도, 다시 1000일의 이야기를 써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