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취재팀과 생활개혁실천협의회가 그동안 청와대사랑채 같은 공공기관에서 신랑·신부 힘으로 '작은 결혼식'을 한 41쌍을 조사했다. 이들은 결혼식 비용을 남들 절반 수준으로 아낀 커플이다. 하객은 100~200명만 초청했다. 비용은 25쌍이 1000만원 미만, 11쌍이 1000만~2000만원을 썼다고 했다. 전체 41쌍 중 40쌍이 "내 결혼식에 만족한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무작위로 전국 1000명을 조사했다. 신혼부부 한 쌍 결혼할 때 집값 빼고 쓰는 돈이 평균 5198만원이었다. 그러나 '작은 결혼식'을 한 부부는 대부분 그 절반을 넘지 않았다. 5000만원 넘게 쓰고 '보통 결혼식'을 한 부부는 상당수가 "힘들어 죽겠다"면서도 '남들처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능력보다 더 썼다.

'작은 결혼식'을 올린 이들이 유별난 가치관을 가진 건 아니다. 본지와 여성가족부가 전국 신랑·신부·혼주 1200명을 조사한 결과와 비교했다. 남들처럼 결혼한 1200명은 전체 결혼 비용 중 결혼식 비용(30.0%)과 예단(18.5%)을 아깝다고 했다. '작은 결혼식'을 올린 41쌍도 이런 생각은 비슷했다. 전체 비용 중에선 결혼식 비용과 예단(각각 8쌍)을 후회했다. 그러나 1200명은 아까워하면서도 남들처럼 따라갔고 41쌍은 그러지 않은 것이 큰 차이였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는 이제 이런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야 한다"고 했다. 작은 결혼식 올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신랑·신부가 일일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청와대사랑채 같은 몇몇 공간을 빼면 마땅한 장소도 없다. 신산철 생활개혁실천협의회 사무총장은 "청와대사랑채·서울시민청·국립중앙도서관·경기도지사 공관처럼 교통도 좋고 시설도 아름다운 작은 결혼식 명소가 지역마다 생겨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