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일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7일 중국 베이징대에서 한국고등교육재단과 베이징대 공동 주최로 열린 제11회 베이징포럼에서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미래 등에 대해 '4국(國)4색(色)'의 견해를 내놨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은 이날 "북한에 대해 한국은 통일을 바라고, 미국은 정권 교체를 원하며, 중국은 안전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후지사키 이치로(藤崎一郞) 전 주미 일본 대사는 "일본은 북한의 납치자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북한에 대한 한·미·중·일의 입장이 모두 다른 만큼 같은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칭궈 원장은 "북한의 비핵화란 목표는 4개국이 일치한다"며 "과거 중국이 한반도 안정을 가장 먼저 언급하다가 비핵화를 1번으로 올린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7일 베이징대학에서 열린 제11회 ‘베이징포럼(주최 한국고등교육재단·베이징대)’에서 한·미·중·일 4개국의 외교·안보 전문가가 모여 북한 핵 문제 등 한반도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와 해결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1994년 제1차 북한 핵 위기를 봉합했던 제네바 합의 20주년을 맞아 당시 협상 주역이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 특사, 최영진 전 주미 대사, 박인국 전 유엔 대사 등이 참석했다.

반면 북한 비핵화를 실현하는 방법 등에 대해선 온도 차가 분명했다. 다이엘 포너만 전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은 "북한 핵 문제는 매일 더 나빠지고 있다"며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선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중국 6자회담 쉬부(徐步) 차석대표는 "중국의 이웃(북한)에 대한 책임에는 한계가 있다"며 "나는 이 일(북한 비핵화)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이날 포럼에선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를 봉합했던 제네바 합의 20주년을 맞아 당시 협상 주역들이 다시 테이블에 앉았다. 당시 미국의 협상 책임자였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는 "제네바 합의로 북한은 (합의가 깨진) 2002년까지 플루토늄(핵무기 원료)을 생산하지 못했다"면서도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고농축우라늄(핵무기 원료) 생산 기술을 도입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쉬부 차석대표는 "제네바 합의는 미국과 북한 모두 성의껏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최영진 전 주미 한국 대사는 "제네바 합의가 나온 20년 전 북한은 중국에 자산이었지만 지금은 부채로 변했다"며 "그들은 개혁·개방을 아직 '독이 든 사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개막 기조연설에선 중국과 서방의 지도급 인사들이 중국의 '대국굴기(大國�起·큰 나라로 우뚝 섬)' 기치를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중국 류옌둥 부총리(정치국원)는 "중국은 국력이 가장 강했을 때도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식민지를 거느린 적도 없다"며 "중국은 공존과 통합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미니크 드빌팽 전 프랑스 총리는 "아시아의 주요 긴장은 동·남중국해에 있다"며 중국이 지역 갈등의 중심에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동중국해에서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일본이 갈등을 빚고 있고, 남중국해에선 중국과 필리핀·베트남이 충돌하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드빌팽 전 총리는 "(굴기하는) 중국이 전 세계 이슈에 개입하고 있다"며 "중국은 초강대국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