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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철학적인 순간|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지음|남경태 옮김|웅진지식하우스|312쪽|1만3500원 인생 뭐 있나. 태어나서 걸음마 떼고 학교 들어가 시험 보고 직장 다니다가 결혼해서 애 낳고 키우다가, 그러다가 죽는 거다. 세상의 거의 모든 필부필부가 이 궤도를 묵묵히 따른다. 별반 특별할 것 없는 통과의례지만, 이 순간 이후 생은 반드시 한 발짝 나아간다. 저자가 ‘인생의 가장 철학적인 순간’이라 명명한 이유다.

삶은 해석에 달렸다. 철학이 필요하다. 가치란 의미를 부여할 때 새로운 모습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아이가 자전거 타기에 도전한다. 아버지가 등을 잡아주고 있다. "걱정 말라"곤 하지만 아버지가 언제 손을 놓을지 모른다. 덴마크 철학자 키르케고르에 따르면, 이때가 바로 "추론을 버리고 비약해야 하는 시점"이다. 아이는 페달을 밟는다. "낯익은 것과 낯선 것 사이의 틈"을 뛰어넘는다. 스스로 운동하며 비로소 '존재의 도약'을 통과한다. 겨우 자전거 하나 타게 됐을 뿐인데, 아이는 어느새 "하나의 영토를 완전히 정복한 자"가 되었다.

2008년 소설가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영국 런던에 '인생학교'를 세운 저자는 첫 자전거, 첫 키스, 첫 투표 등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20가지 '처음'에 철학적 해석을 시도한다. 이 통과의례는 '삶의 이정표'라 부르기에 충분하지만, 막상 닥쳤을 땐 감당해내기에 급급해 끝내 모호한 기억으로 남는 경험들이다. 플라톤, 헤겔, 베버 등 유명 철학자가 등장해 해석의 신빙성을 높인다.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의 생각처럼, 태어남은 ‘독배’일지 모른다. 본인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세상에 내던져졌으나, 어쨌든 살아가야 한다. 폐허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 이 책의 마지막은 죽음이 아니라 내세다. 경험 너머의 이 세계를 저자는 “양심의 또 다른 이름”이라 부른다. 죽음 뒤를 생각할 때 현재가 바뀐다. 철학은 결국, 몽테뉴가 말했듯 어떻게 살고 또 죽을지에 대한 끝없는 고민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