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친일파로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낸 민영은이 친일행위의 대가로 챙긴 청주 도심의 ‘알짜’ 땅이 곧 환수된다. 법무부와 민영은의 후손 5명 간에 진행된 4년 반 동안의 법정 공방이 올해 안에 법무부의 최종 승소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민영은은 1905년 6월 충주농공은행 설립 위원으로 활동했고, 1913년 5월부터 6년간 충북 지방토지조사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이 과정에서 현재 청주 도심인 청주중학교와 서문대교, 성안길 부근의 12필지(총 1894.8㎡)를 자신의 소유로 확보했다.

이 토지는 1945년 해방 이후 공공용지로 편입됐다. 그러나 민영은의 후손들은 지난 2011년 3월 이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청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청주지법 1심 재판부는 2012년 11월 민영은 후손의 땅 소유를 인정하는 판결을 했지만, 1년 뒤 항소심에서는 후손들이 패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하는 민영은이 취득한 문제의 땅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추정되며, 친일반민족행위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 귀속 결정에서 제외됐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뒤집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판결은 친일재산조사위가 규정한 ‘국고 환수 대상’에서 제외됐던 토지도 친일재산으로 인정된 첫 사례였다.

이후 민영은 후손들은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이에 법무부는 문제의 땅을 국가에 귀속하기 위해 지난 2월 24일 후손을 상대로 소유권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청주지법은 지난달 31일 민영은 후손 4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무변론·자백 간주에 의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또다른 후손 1명에 대해서는 오는 12월 12일 별도로 선고가 있을 예정이다. 다른 후손들과 마찬가지로 무변론 재판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후손들의 항소 가능성이 희박한 점을 고려하면 오는 12월 말에는 4년 반 동안 이어진 분쟁이 마무리되고 땅 소유권이 국가로 넘어오게 된다.

이번 재판에서는 정부뿐 아니라 시민들도 큰 역할을 했다. ‘친일파 민영은 후손들이 제기한 토지소송 반대 대책위원회’는 민영은 후손들이 1심에서 승소하자 1만9020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등 반대 운동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