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종교 담당 기자들이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있다. 기사에서 '하나님'과 '하느님'을 혼동했을 때다. 천주교 기사에 '하나님'이라고 쓰거나 개신교 기사에 '하느님'으로 썼다간 순식간에 '무식쟁이'로 찍힌다. 두 경우 모두 '반드시, 재빨리' 정정해야지 미적거리다간 더 혼난다. 하지만 자신들 기사에 '하나님'으로 쓰건, '하느님'으로 쓰건 아무 말이 없는 곳이 있다. 성공회(聖公會)다.

알려진 대로 성공회는 16세기 영국의 헨리 8세가 자신의 이혼 문제를 두고 교황청과 티격태격하다가 파문당하자 영국 국교회를 만들어 독립하면서 생겨났다. 천주교에 뿌리를 두되 교황의 통제권을 벗어난 것이다. 모태가 천주교이다 보니 닮은꼴도 많다. 부제(副祭)-사제(司祭)-주교(主敎)-대주교(大主敎)로 이어지는 직제도 같고, 제의(祭衣)도 비슷하고, 말씀의 전례와 성찬(聖餐)으로 이어지는 예식 순서도 유사하다. 그러나 천주교의 모든 사제와 주교 임면권이 교황에게 있는 반면, 세계 각국 성공회는 인사와 재정의 자율권을 갖는다. 또 주교는 사제와 신자가 함께 투표권을 갖고 뽑는다. 그래서 '선거운동'(?)도 있다.

대한성공회는 스스로 개신교로 분류한다. 그러면 다른 교단처럼 '하나님'으로 통일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하느님'으로도 쓰고 부른다. '미사'와 '예배'도 섞어 쓴다. 천주교는 남성 사제를 고수하고, 국내 개신교계에서도 보수적 교단은 아직 여성 목사를 인정하지 않지만 성공회는 여성 사제뿐 아니라 여성 주교도 나왔다. 남녀 사제 모두 결혼할 수 있다. 오인숙 카타리나 수녀사제처럼 수녀도 사제가 될 수 있다. 또 천주교는 '바오로', 개신교는 '바울'로 부르는 성인(聖人)을 성공회는 '바울로'라 부른다. 1970년대 천주교와 개신교가 공동 번역한 성경 용어에 근거한 것이다. 지금 대한성공회 김근상 대주교의 세례명이 '바울로'이다. 다만 '신부'라고 하지 '목사'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성공회 교무국장 김광준 신부는 "성공회는 개신교와 천주교 사이에 묘한 중간 지대에 있으면서 형제를 통합하려는 에큐메니컬(교회 일치) 전통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공식적으로는 하느님으로 쓰지만 하나님으로 쓰는 것도 문제 삼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