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인도 뭄바이의 주점 ‘핀트 카페’에서 한 인도인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국순당이 막걸리로 인도에 진출했다. 이달 중순부터 뭄바이와 푸네 등 4개 주(州)에서 판매한다. 국내 주류회사가 인도에 정식으로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순당 관계자는 23일 "5년 전부터 수출 상담회 등을 통해 꾸준히 판매망을 타진해 왔다"고 밝혔다.

흔히 '신(神)의 나라'로 알려진 인도로 술을 수출한다고 하니 의아하게 여길 법하다. 그러나 인도는 세계 1위 위스키 소비국이다. 12억 인구(세계 2위)가 연간 14억8800리터(유로모니터, 2014년 1월 기준)를 마신다. 전 세계 소비량의 절반이다. 중국보다 인구는 11% 적지만 위스키는 55배나 더 소비한다. 게다가 2025년 무렵에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전 세계 주류회사들이 미래를 거는 황금빛 엘도라도의 땅이다.

인도는 힌두교도가 80%, 무슬림 13%, 기독교도 2%, 불교도가 1% 정도를 차지한다. 이 중 가장 엄격하게 술을 금하는 것은 이슬람교다. 예언자 무함마드는 "술은 하늘과 땅, 어머니와 아내조차 구별할 수 없게 한다"며 금주(禁酒)를 명했다. 인도 문화가 보수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마지막 왕조인 무굴제국(1526∼1857)이 이슬람 국가였다는 사실과 관계가 깊다. 무굴제국이 통치한 300년간 인도인에게 술은 일상과 거리가 먼 존재였다.

힌두교에서도 기본적으로는 술을 금한다. 인도 고대의 대서사시인 마하바라타에는 술에 취해 일으킨 전쟁으로 나라가 멸망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왕족이나 지배 계층에서는 공공연히 즐겼다. 인도에서 음주가 일반인들에까지 퍼지게 된 것은 영국의 식민지로 편입된 이후다. 영국은 주세 수입을 노려 인도에 주류업체를 설립했다. 양차 세계대전에 인도가 참전하면서 음주 습관을 들인 군인이 대거 귀향한 점도 한몫했다. 연방헌법에 '주 정부는 술과 약물 소비를 금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으나, 29개 주 대부분이 주류 판매를 허용한다.

인도로 가는 술을 방해하는 것은 종교의 벽이 아니라 세금의 벽이다. 주에 따라 많게는 출고가의 5배까지 관세가 붙는다. 국순당 막걸리는 현지에서 350㎖ 캔 하나당 300루피(약 5000원)에 팔린다. 판매가가 높아 서민층보다는 중상류층이 주로 마신다. 서민층이라고 음주 욕구가 없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뉴스가 밀주로 인한 집단 사망 사건이다. 화학물질을 넣어 90도까지 도수를 높인 싸구려 밀주를 마시다 마을 주민이 목숨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불교는 금주가 원칙이지만 국내에서는 토착화되면서 어느 정도 유연해졌다. 성경에는 술을 마시지 말라는 명확한 구절은 없다. 예수가 행한 첫 번째 기적이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꾼 것이었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에도 포도주가 등장하는 등 긍정적으로 봤다. 금주는 교파별 해석에 달렸다. 가톨릭은 비교적 유연하다. 우리나라 개신교는 전래 초기 금주와 금연을 신앙적인 의무로 규정했다. 그때의 교리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서구의 개신교는 우리나라보다 술이나 담배에 관대한 편이다. 가톨릭에 맞서 종교개혁을 부르짖었던 장 칼뱅이나 마르틴 루터도 애주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