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10월 21~23일) 이틀째이자 제396차 민방위의 날인 22일 전국 곳곳에서 화재·화학물질유출·선박재난 등을 가정한 대규모 재난 대응 훈련이 열렸다. 훈련에 적극 동참한 시민들이 다수였지만 남 일인 것처럼 방관하는 시민들도 여전히 적잖았다.
이날 오후 2시 24분쯤 서울 지하철 6호선 봉화산행 열차에서 월곡중 1학년생 94명과 교사 5명 등 시민 120명, 서울도시철도공사 직원·경찰관·소방관 등 100여명이 참여한 방화 대비 훈련이 진행됐다. 열차가 화랑대역에서 출발하자마자 2번 칸에 설치된 연기발생장치에서 뿜어나온 흰 연기가 객실을 가득 메웠다. 한 40대 남성이 비상통화장치로 기관사에게 화재가 났음을 알렸다. 오후 2시 26분 지하철이 봉화산역에 도착해 출입문이 열리자 승객들이 우르르 승강장으로 쏟아졌다. 역무원들은 방독면을 쓴 채 학생·시민을 지상으로 대피시켰다.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훈련에 동원되지 않은 일반 시민 대부분은 무심한 모습이었다. 일부 승객들은 객실 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막고 옆 칸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역무원 안내에 따라 100여명이 지상으로 뛰어올라갔지만 승객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음악을 듣고 서로 대화를 하며 천천히 걸어나왔다. 한 소방관은 "훈련은 개개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대가인데 훈련을 할 때마다 많은 시민이 '훈련은 훈련, 안전은 안전'이라는 식의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홍지문터널에서는 오후 3시부터 화물차와 관광버스가 추돌해 터널 내에서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 실시됐다. 이곳에서도 '훈련 따로, 시민 따로'인 모습이 나타났다. 훈련이 진행된 20여분간 성산~마장 방면 1~2차선만 교통이 통제됐지만 운전자 중 일부는 창문을 내리고 밖을 내다보며 인상을 썼다. 한 택시기사는 "교대 시간이라 터널 지나서 빨리 가야 하는데 훈련한다고 길을 막느냐"며 짜증을 냈다.
전국 198개 소방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지역 내 상습 정체구간 247곳에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실시했다. 강남구 테헤란로에서는 훈련 시작 3분 만에 소방차가 멈춰 섰다. 1차선에 승용차 2대와 1t 트럭 1대가 길을 터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방차는 2차선에 생긴 틈으로 겨우 빠져나갔다. '나만 빨리 가면 된다'며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에도 귀를 닫는 이기적인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