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북한의 사주를 받아 만들어진 지하(地下) 혁명조직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의 총책이었던 김영환씨가 21일 통합진보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인 이상규·김미희 두 사람이 1995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市)의원 등에 출마했을 때 북한으로부터 받은 활동 자금 중에서 각각 500만원씩을 지원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심판 공개변론에 법무부 측 증인으로 출석해 "(현재의) 통진당 소속 의원과 최고위원 등 일부 당직자가 과거 내가 만든 민혁당의 당원이었거나 하부 조직원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1989년 조선노동당에 입당한 뒤 1991년 밀입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던 사람이다. 김씨가 북에서 40만달러를 받아 돌아와 1992년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지하조직으로 만든 것이 민혁당이었다. 내란음모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통진당 이석기 의원도 민혁당의 '경기남부위원장'이었다. 김씨는 북한에 대한 회의감이 커져 5년 뒤 97년 민혁당을 해산했다고 한다.

민혁당 사건 관련 2001년 판결문에도 95년 지방선거 때 돈을 받은 사람으로 '이상규' 등 3명의 실명이 나온다. 1996년 총선 때도 '이○○ 외 1명'에게 각 1000만원씩 지원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판결문 한구석에 들어 있는 내용이어서 지금까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김 두 의원은 22일 반박 기자회견에서 "그런 자금 구경도 못 했다"고 했다. 그러나 "명백한 허위 사실 유포이자 명예훼손" "검찰과 법무부, 국정원이 공모하여 진보당을 없애려는 해산 선동" 같은 정치적 주장을 주로 늘어놓았다. 지금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이런 일방적 주장이 아니다. 두 의원을 포함한 통진당 일부 간부가 과거 민혁당 조직원으로 활동했다는 김씨의 주장이 맞는지, 95년에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급선무다.

김영환씨는 22일 "(이·김 의원이) 북한돈이라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고 민혁당이 주는 것으로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중간 전달자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그런 사실을 몰랐다 하더라도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북한돈을 받고 성장한 사람이 지금은 국회의원에 당선돼 세비(歲費)를 받으면서 이 나라의 운명과 직결된 각종 정보에 접근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통진당은 그동안 북의 3대(代) 세습이나 핵개발, 인권 탄압 등에 대해서는 철저히 눈감아왔다. 대신 주한미군 철수 등을 외치며 북한 대변자 같은 노릇을 해왔다. 작년 봄 RO(혁명조직) 모임에서 나온 '국가 기간시설을 타격해야 한다'는 등의 말은 국민을 엄청난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통진당엔 지금도 과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됐던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통진당이 지난 10여년 이상 국회를 활보하면서 받아간 국민 세금만 수십억원이 넘는다. 통진당은 헌재(憲裁)의 정당 해산 심판과는 별개로 북의 3대 세습과 핵개발, 인권 탄압, 민혁당을 비롯한 과거 간첩단 사건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국민은 통진당의 대답을 들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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