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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의 북극꽃들아, 뿔고둥을 불어라|정과리 지음|문학과지성사|482쪽|2만1000원

문학비평가 정과리가 오늘날 문학의 '사회적 지평' 회복을 역설한 평론집을 냈다. 그는 먼저 묻는다. "흔히들 정보화 사회의 도래와 더불어 직접민주주의 사회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확신만으로 가득 찬 자기 주장들은 민주적인가?" 저마다 '선(善)'을 외치는 '만인(萬人)대의주의'를 추구할 게 아니라 "저마다 악의 가능성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은 개인들의 '악'을 반성하고 개인들이 서로 싸우면서도 함께 진화할 수 있는 '만인토의'의 광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90년대 이후 '개인의 작은 이야기' 늪에 빠진 문학은 80년대 민중문학과는 다르게 사회성을 확보해야 한다. 80년대 문학은 '당(黨)'의 논리로 집단을 '요약'해 지배하고 개인을 억압했다. 집단은 요약되지 않는다. "집단은 개인들의 연락망"이라는 것. 문학은 '개인적 삶의 복잡성'으로 들어가 '사회 구성원들의 무한한 이질성들의 열림과 성원 개개인의 존재론적 상승'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과리는 1988년을 기점으로 한국 시의 정서가 '설움'에서 '우울'로 바뀌었다고 독특하게 풀이한다.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김소월)와 '헬리콥터여, 너는 설운 동물'(김수영)이 오랫동안 시인들의 애창곡이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일수 빚처럼 매일 한 번씩 찾아오는 노을과 우울'(김경미)이 많아졌다. 정과리는 "서러움은 바깥으로부터 닥친 수난이 힘들어 마음에 고통과 슬픈 감정이 꽉 찼을 때 발생한다"고 했다. 그러나 "우울한 사람은 그 원인을 자신의 내면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죄책감과 자책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 전반이 '개인'으로서 자기를 자각하고 인정하는 풍토"에서 우울을 노래한 시가 많아졌다는 것. 그러나 정과리는 오늘의 문학이 '개인'의 우울 집착에서 벗어나 '우리'의 설움을 노래해 사회성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 80년대 주요 시인들을 대거 재조명한 평론을 중심으로 21세기 문학의 새 지평을 모색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