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를 자처하면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벨'이라는 영화가 6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예정대로 상영됐다. 외압(外壓)이니 뭐니 하면서 논란을 빚은 탓인지 객석은 꽉 찼다고 한다. 10일 한 차례 더 상영될 예정이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 얘기로는 영화라고 할 수도 없고 다큐멘터리라고는 더더욱 할 수가 없는 수준 미달 작품이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라면 사실(事實)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영화에선 1인 인터넷 매체를 운영하는 이상호씨가 80분 내내 거의 모든 장면에 내레이터로 등장해 자신의 황당한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다른 출연자는 다이빙벨이라는 잠수 장비를 갖고 세월호 침몰 현장에 나섰다가 아무 성과도 못 거두고 철수한 민간 잠수업체 대표 이종인씨다. 두 사람은 해경 등의 방해로 다이빙벨 구조 작업이 실패했다는 주장을 되뇌었다.

국제영화제에서 정부 입장과 반대되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도 얼마든지 상영돼 관객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다이빙벨 경우는 주장이나 이념이 다른 게 아니라 사실을 왜곡한 영화다. 다이빙벨이 조류가 거센 바다에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빈 깡통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다. 다이빙벨을 옹호하던 jtbc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세월호 일부 유가족들은 영화제 주최 측에 영화 상영을 취소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그런데도 영화제 집행위원장이라는 사람은 "외압에 의해 상영을 취소한 사례가 없다.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며 상영을 강행했다. 부산영화제 집행위는 작품 완성도는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을 오도하고 세월호 유족들 가슴에 못을 박는 과대망상 같은 작품을 상영함으로써 그간 쌓아올린 명성에 먹칠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체 예산 123억원 중 부산시가 60억원, 문화체육관광부가 14억원을 지원했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다이빙벨을 상영할 경우 국고(國庫)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말도 들려오더라"며 마치 정부가 예술 활동을 탄압이라도 하는 것처럼 내비쳤다가 그 발언이 보도되자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뒤집어버렸다. 부산영화제가 국민을 속이는 영화를 놓고 창작(創作)의 자유를 앞세워 '뭘 상영하건 상관 말라'고 할 거라면 국민 세금을 지원해달라고 손을 내밀지는 말아야 한다. 영화제 예산은 그런 영화를 상영해 번 돈을 갖고 독립적으로 꾸려나가야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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