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이빙벨’은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가장 큰 이슈였다. 영화제의 개막 전부터 이 영화의 상영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들이 오갔고, 세월호 사고와 당시 일어났던 일들을 다루는 만큼 과연 어떤 내용의 작품일지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 알파잠수기술공사의 이종인 대표가 침몰한 세월호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19회 BIFF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됐다.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들은 이 영화의 상영에 대해 금지 요청을 했으며 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 시장 역시 상영 반대 의사를 표했다. 때문에 개막과 함께 이 영화의 상영여부가 영화제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다이빙벨’이 공개되는 것으로 정해진 날짜는 6일. 지난 2일 개막일부터 영화제 관계자들은 영화의 상영여부에 대해 언론으로부터 많은 질문공세를 받았고,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왔다. 이후 이와 관련한 집행위원장의 발언이 화제를 낳았고, 유명 감독들을 비롯한 영화인들은 ‘다이빙벨’ 상영을 요구하며 세월호 특별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상영이 되기까지 다사다난했던 닷새를 정리해봤다.

#1. 10월 2일(개막식일)_ 이용관 집행위원장 '다이빙벨' 상영 간접시사
 
제19회 BIFF의 공식적인 첫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중요했던 것은 '다이빙벨'의 상영 여부였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지난 2일 오후 부산 월석아트홀에서 개막작 '군중낙원' 기자회견 자리에서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이에 대해 "기자회견 때 말씀드린 바 있다. 그것으로 대신 하겠다"고 답했다.

BIFF 측은 개막에 앞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다이빙벨' 다큐멘터리 상영에 대해 알린 바 있어 이는 ‘다이빙벨’ 상영의 간접 시사의 의미로 읽혔다.

#2. 10월 3일_봉준호 감독 “‘다이빙벨’ 상영 반대, 몰라서 실수한 듯”

제19회 BIFF에서 ‘뉴 커런츠’ 섹션의 심사위원을 맡은 봉준호 감독도 ‘다이빙벨’ 관련 질문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봉 감독은 지난 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KNN 월석아트홀에서 진행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 '다이빙벨' 상영과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서병수 시장이 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에 대해"개인적인 의견입니다.시장님께서 딱히 나쁜 뜻이 있어서가 아닌 것 같다“며 "올해 첫 해 시정을 하다 보니 영화제가 20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첫 회를 하시다 보니까 잘 모르셔서 그런 것 같다. 프로그램이 뭔가, 어떻게 운영되고 영화를 선정하고, 발표를 하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서 실수를 하신 게 아닌가 싶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 그는 "20년 된 유명 식당에 가서 육수에 뭐 빼달라고 셰프한테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상영 반대 의견 세력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3. 10월 3일_영화인 1123명 세월호 특별법 촉구

봉 감독의 발언이 있었던 같은 날에는 영화인들의 세월호 특별법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영화배우와 감독 및 스태프와 홍보담당자 등 1123명은 성명을 내고 수사권-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 특별법 발의를 촉구했다.

지난 3일 영화의 전당 비프홀 정문 앞에서 열린 촉구 기자회견에는 정지영 감독, 민병훈 감독을 비롯한 영화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영화인들은 이날 발표한 선언문에서 “우리는 여전히 ‘진상조사위원회 내에 수사권과 기소권을부여’하는 특별법을 원한다”며 “우리는 끝까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실종자, 생존자 가족들과 함께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정지영 감독은 이 자리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영화제라면 정치적 편향성 띄는 영화제를 상영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모든 정치적 편향성을 띄는 영화를 상영해야한다. 만약 정치적 편향성 띄지 않는 영화를 상영하려고 하면 거의 상영할 영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4. 10월 5일_이용관 집행위원장 다시 한 번 ‘다이빙벨’ 상영 시사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간담회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다이빙벨’ 상영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오고 간 대화는 6일 "'다이빙벨'을 상영할 경우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끊길 수 있다"는 내용으로 보도됐고,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이 같은 이야기가 와전된 것이라고 알렸다.

또 그는 6일 OSEN과의 통화에서 "그런 맥락이 아니었다. 그런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고 말했고, 그래도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는 게 요지였다. 그런데 그게 문광부에서 들었다는 이야기로 와전됐다"며 "직접 문광부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은 바는 없다. 나의 실수다"라고 밝혔다.

#5. 10월 6일_‘다이빙벨’ 상영

우여곡절 끝에 ‘다이빙벨’의 상영이 완료됐다. 공개된 영화에는 세월호 구조를 위해 나선 이종인 대표와 이상호 기자의 모습이 담겼다. 다이빙벨을 통한 구조 작업이 2시간 동안만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이종인 대표가 언론 앞에서 다이빙벨 투입이 실패라 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이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과 인터뷰 등을 통해 주장됐다.

현직 기자이자 이 영화의 공통 연출자로 활약한 이상호 기자는 6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백화점 센텀씨티 CGV에서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시간,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호가 급격히 잊혀지고 있고 망각이 강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화) 작업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 옆에 있는 안해룡 감독에게 영화적 조력을 얻어 의기투합했다.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부산영화제에서 공개하기 위해 짧은 시간이지만 밤잠 설치며 만들었다"고 영화를 만든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또 그는 "불편한 진실을 함께 목격하는 마지막이 부산영화제가 될 것 같다. 이르면 10월 중으로, 10월 말까지 개봉하기 위해 제작사에서 뛰어주고 계시다. 여러분들이 함께 이 영화를 지켜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국내 개봉에 대한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eujenej@osen.co.kr
'다이빙벨'포스터(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