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는 불교인가요, 아닌가요?"

종교 담당 기자가 가끔 받는 질문이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원불교는, 불교에 뿌리를 뒀지만 불교는 아니다' 정도가 아닐까. 불교와 원불교는 공통점도 많고 다른 점도 많다.

이는 1916년 소태산 박중빈이 원불교를 개교(開敎)할 때 불교에 기반을 뒀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광복까지 일제강점기에는 공식 명칭도 '불법(佛法)연구회'였다. 불교와 공통점은 참선 수행을 통해 해탈(解脫)을 구한다는 점이 가장 크다. 소태산이 스스로 수행을 통해 정리한 '원불교 교전(敎典)'도 불교 교리를 집대성해 현대화한 것이다. 교당에 불상(佛像) 대신 깨달음을 상징하는 둥그런 원(圓)만 있는 것도 불교 선방(禪房)에 불상을 모시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그러나 다른 점도 많다. 불교의 비구와 비구니는 공식·비공식적인 격차가 있지만 원불교의 남녀 교무는 거의 평등하다. 여성 교무가 교구장과 중앙총부의 행정기관장을 맡는 사례가 수두룩하고 조계종으로 치면 총무원장인 교정원장까지 여성이 이미 지냈다. 종법만 따진다면 최고 지도자인 종법사(宗法師)도 여성이 맡을 수 있다. 다만 남성 교무는 결혼할 수 있지만 여성은 그렇지 않다. 검정 치마에 흰 저고리, 쪽 찐 머리 등 조총련 학교 학생 같은 차림새로 어디서나 눈에 확 띄는 복장이 여성 교무들에겐 불만이랄까, 그 외에는 남녀평등이다. 교도(신자)와의 관계도 그렇다. 종법사를 뽑는 종단 어른들의 모임인 수위단(首位團)에도 교무 대 신자 비율이 3대1 정도다. 20세기 초반 서구 신식 문물이 제국주의와 함께 해일처럼 들이닥치던 시절, '물질이 개벽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기치를 들고 탄생한 '신식 종교'다운 점들이다. 특히 부정부패와는 담쌓고 극도로 청빈하게 살아온 여성 교무들의 헌신은 오늘의 원불교가 국내 4대 종교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수년 전 기자들이 전북 익산의 은퇴 교무들이 사는 중앙수도원을 방문했다. 파파 할머니 교무들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평생 용금(用金·용돈)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여기 오니 돈을 줘요. 게다가 여기저기서 법문해달라고 하고, 법문하면 또 돈 주지…." 당시 그들이 받는 용금은 월 23만8000원이었고, 지금도 그대로다. 그리고 현역 교무들의 기본급은 월 38만원이다. 물론 의식주는 제공하고 자녀의 학자금은 뺀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