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창업 자금은 많이 풀린 상황이에요. 국비지원 교육 프로그램도 많고, 창업지원 관련 행사도 굉장히 자주 열려요. 사실 내가 창업하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상황이에요."(창업 3년차 스타트업 종사자 K씨)

3~4년 전, 인디음악 밴드 서비스 관련 창업을 준비하던 이진우(가명·32)씨는 정부의 창업 지원 사업에 참여해 1년 동안 3000만원가량의 사업 개발비를 받았다. 하지만 결국 경쟁업체들에 밀려, 돈 한 푼 못 벌고 사업을 접게 됐다. 이씨는 곧이어 다른 분야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정부 지원 사업은 물론 대기업 창업 공모전·공익재단 창업경진대회에서 상금도 받고, 투자까지 받게 됐다. 이와 같은 사례는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2014 중ㆍ장년 채용한마당' 현장. 노인 빈곤율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노인 정책은 노인의 경제적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중소기업청이 주도하는 정부 창업 지원금 규모는 1조5000억가량. 청년창업사관학교, 청년 전용 창업자금, 창업기업자금(융자), 엔젤투자 매칭펀드 등 지원 사업도 다양하다. 정부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IT 분야 청년 창업을 위해 조성한 '청년창업펀드'는 지난해 이미 1000억원을 넘어섰다. SK, 한화, 현대차 등 기업에서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사회적기업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 전문 지원 기관의 K씨는 "창업을 독려하는 분위기는 반갑지만 사실상 공급 과잉 시대"라면서 "창업하려는 젊은이들이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고 했다. 2014년 7월 통계청 '고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청년 기업(30세 미만 청년이 대표자인 기업)의 폐업률(25.5%)은 전체 폐업률(12.9%)보다 두 배나 높다.

대한민국청년10명중1명은실업자인시대다. 청년구직자들이채용박람회에서상담순서를기다리고있다.

◇박근혜 정부, 청년 창업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한민국 청년 10명 중 1명은 실업자인 시대, 박근혜 정부는 청년 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청년 창업'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20대 취업준비생의 11%(34만여명)가 1인 가구 기준 월수입이 100만원을 갓 넘는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한다.(2013년, 한국장학재단·통계청) 올해 2월, 박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에서 "창업·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 향후 3년간 4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예산안에서도 청년 창업 키워드를 포함한 '창조경제' 예산은 8조3000억원. 올해(7조1000억원)에 비해 17.1%나 증가했다. 지난 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국내 대기업과 전국 17개 시·도를 짝지은 '창조경제혁신센터' 로드맵을 발표하며 청년 창업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청년 창업 관련 사업을 너무 크게 벌이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구체적으로 대기업까지 끌어들여 청년 창업 지원에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현재 청년 창업 지원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지 않으면 '보여주기식 사업'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지난 2010년부터 서울시가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장지동 가든파이브(강남센터)와 구 마포구청사(강북센터)에 만든 창업보육센터. 이곳엔 서류상 1000개가 넘는 창업팀이 입주해 있지만 평일엔 절반이 불이 꺼져 있는 일이 다반사다. 경기도 한 지자체의 창업 지원 사업에 참여한 Y씨도 집 근처 사무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현재 임대료를 내고 강남의 사무실에 입주해있다. 그는 "이전 사무실은 창업가에게 필요한 네트워킹이 어려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청년 신(新)사회문제, 창업 쏠림 현상을 막아라

2013년 초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창업 생태계 허브를 만들겠다'며 개관한 디캠프와, 지난 4월 아산나눔재단이 오픈한 '마루180'에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투자자, 액셀러레이터 등 스타트업 파트너사도 함께 입주해있다. '창업 구상-인큐베이팅-투자'에 이르는 창업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조성되기 위해서다. 마루180 스타트업 공간은 인원수당 월 10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첫 입주 기업 선발 경쟁률이 17:1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TV커머스 관련 스타트업 사운들리(Soundly) 김현철 이사는 "입주한 기업끼리 혹은 투자자들과 직간접적인 네트워킹이 활발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도, 실제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사운들리는 같은 건물에 입주한 투자자로부터 엔젤투자까지 받았다.

디캠프도 '네트워킹'을 강조하기는 마찬가지다. 디캠프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디데이(D.Day)'라는 행사를 열어 예비 창업자들이 벤처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서비스·제품을 소개하는 장을 마련한다. 조언을 듣고 싶은 멘토에게 상담받을 수 있는 '디멘토(D.Mentor)' 프로그램도 있다. 네트워크 모임에 참여한 스타트업은 900개가 넘으며, 회원 수도 5000명이 훌쩍 넘는다. 자세 교정 웨어러블 기기(척추가 잘못된 자세로 걸으면, 손목에 찬 밴드에서 경고성 진동 신호가 울린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직토(Zikto)도 3개월 전, 디데이에서 우승을 하면서 디캠프 공간 입주권을 얻었다. 직토 김경태 대표는 "이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와 만날 수 있는 전문가가 많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디캠프 김윤진 매니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제는 수치적으로 몇 개 창업, 투자금 얼마 유치 등 정량적인 성과만을 강조하는 데 있다"면서 "디캠프는 한 달 평균 150개가 넘는 창업 프로그램을 열면서 스타트업의 실제 고민을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고 했다.

단계별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 양창준 창업팀장은 "창업 초기 자금 지원보다는 후속 지원이 실제적으로 필요하다"면서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정체기에 있는 스타트업을 밀착 코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