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를 폭행했던 세월호 유가족들이 "사과하겠다"며 피해자가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 피해 대리기사는 그러나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오후 9시쯤 김병권(47)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전 위원장, 김형기(48) 전 수석부위원장, 한상철 전 대외협력분과 부위원장, 이용기 전 간사 등이 부천의 한 병원으로 피해 대리기사 이모(52)씨를 방문했다. 24일 밤 본지 기자와 만난 이씨는 "그 사람들은 '사과드린다'고 하면서도 자신들이 시민들과 싸울 때 상황에 대해 자꾸 뭘 물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사건으로 갈비뼈를 다쳐 입원한 상태다. 이씨는 "'저는 맞아 쓰러져서 그 상황은 못 봤으니 그런 얘긴 경찰에서 하시고 사과하러 오셨으면 사과만 하고 가시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씨가 "일을 크게 만드신 건 여러분들"이라고 하자 유가족들은 "우리가 아니고 언론이죠"라고 했다고 한다. 유가족들은 마지막으로 "선처 부탁드린다. 앞으로도 저희 계속 싸워야 하는데…"라고 했고, 이씨는 "사과만 하고 가십시오"라며 돌려보냈다. 경찰은 25일 유족 4명과 신고·목격자 3명을 대질할 예정이다.

한편 세월호 유가족들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23일 경찰에 출석한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은 24일 오전 1시까지 8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김 의원을 상대로 사건 당시 대리기사에게 반말을 하고 수치심을 일으키는 말을 했는지, 폭행을 목격했는지를 집중 조사했다. 김 의원은 대부분의 질문에 "기억이 없다" "목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CCTV에 김현 의원이 싸움을 말리거나 지켜보는 장면이 중간중간 찍혀 있어 폭행 장면을 보지 못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유가족들의 폭행, 신고자들의 개입, 신고자들에 대한 유가족들의 폭행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에서 현장 화면에 잡혔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경찰은 김 의원을 상대로 "대리기사에게 소속이 어디냐고 물었느냐"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말했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조사를 마친 뒤 "대리기사에게 반말한 것은 특권 의식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고 싸움을 말린 노모(35)씨와 김모(35)씨 등은 "김현 의원이 '너 거기 안 서? 몇 분을 못 기다려'라고 소리 지르는 걸 확실히 들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시민 단체 자유청년연합이 김 의원과 세월호 유가족들을 폭행·상해 등 혐의로 고발한 것과 관련해 김 의원은 24일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게 됐다"고 밝혔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