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선원들의 퇴선 명령과 적절한 대피 유도가 있었다면 시점에 따라 5분 5초~9분 28초 이내에 승선원 476명이 모두 탈출할 수 있었다는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실험) 분석 결과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에 대해 변호인들은 30~60도 기울어진 사고 당시 상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실제와 동떨어진 결과라며 반박, 공방이 벌어졌다.

방재·탈출 시뮬레이션 전문가인 박형주(56) 가천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24일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18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교수는 검찰의 의뢰를 받아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가천대 초고층방재융합연구소를 통해 '세월호 침몰 시 가상 대피 시나리오 기반의 승선원 대피 경로 및 탈출 소요 시간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소는 퇴선 명령 시점을 ▲사고 직후인 4월 16일 오전 8시 50분(세월호 기울기 30도 추정) ▲인근을 지나던 둘라에이스호 선장이 탈출을 권고한 오전 9시 24분(기울기 52.5도) ▲선원들이 목포해경 123정에 올라탄 오전 9시 45분경(기울기 59.1도) 등 3가지 경우로 나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탈출 시간을 분석했다.

승객과 승무원 476명이 모두 탈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첫 번째 경우 5분 5초, 두 번째 경우 9분 28초, 세 번째 경우 6분 17초로 분석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기울기가 더 심해진 세 번째 경우의 탈출 시간이 두 번째 경우보다 짧은 것은 배가 더 기울면서 4~5층 갑판에서 동시 탈출이 가능했고, 4층에 가장 많은 승객이 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변호인들은 사고 초기 부상자가 적지 않았고, 기운 선체를 기어오르다 손톱이 부러질 정도로 이동이 어려웠으며, 냉장고와 집기 등이 넘어지는 등 급박한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