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새벽 세월호 유가족 5명이 대리기사와 행인을 폭행할 당시 현장에서 촬영된 김현 의원.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리운전 기사를 폭행한 지난 17일 이후 경찰의 출석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던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3일 사전 연락 없이 경찰에 '깜짝' 출석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5시 15분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보좌관 1명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김 의원은 "예상보다 빨리 왔다"는 취재진 질문에 "빨리 오는 것도 한 방법이죠"라고 답한 뒤 형사과장실로 들어섰다.

김 의원에 대한 경찰조사는 출두한 지 2시간이 지난 오후 7시 25분 김 의원의 변호사가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 의원이 사전 연락 없이 갑자기 출석한 것이 맞다"며 "변호사 1명과 함께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날 김 의원과 함께 출석한 보좌관은 폭행 사건 현장에 있었던 수행비서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당일 김 의원과 함께 있었던 수행비서는 24일 오전 출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동안 김 의원 및 그를 수행했던 비서관에게 문자메시지 및 전화를 통해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해 왔다. 김 의원 측에서 응답이 없자 지난 22일에는 서면으로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23일 오전에는 "김 의원이 계속 연락 없이 출석에 응하지 않으면 피의자로 신분을 전환할지 여부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 의원은 경찰에 출석한 직후 성명서를 발표해 "이번 불상사를 막지 못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국민과 유가족 여러분께, 특히 대리기사님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엿새째 되도록 대리기사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성명서에서 "다만 반말을 했다거나 직분을 활용해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폭행 현장을 지켜본 목격자들에 따르면, 김 의원은 30여분간 기다리다 돌아가려는 대리기사 이모(53)씨에게 "너 거기 안 서? 몇 분을 못 기다려?"라고 반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은 "김 의원이 내게 신분을 밝히며 '지구대로 가지 말고 형사계로 바로 가라'고 했다"고 말했었다.

한편 경찰은 오는 25일 폭행 피의자인 유가족 5명 중 김병권(47) 세월호 가족대책위 전 위원장 등 4명을 재소환해 신고자 노모(35)씨를 포함한 목격자 3명과 대질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지금까지 경찰 조사를 받은 목격자는 10명이며, 이들은 모두 "유가족들이 대리기사를 일방적으로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