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이 어려워) 일을 해보려 했지만 마음과 몸이 지쳐 있습니다. 자고 나니 심하게 아파 입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진짜 아픈 건 마음입니다."

서울 여의도에서 세월호 유족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대리기사 이모(52)씨는 18일 본지 기자와 나눈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대화에서 "아파서 일을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입원할 형편이 안 돼 동네 정형외과에서 진찰받은 게 전부"라고 했다. 그는 '곁에 가족은 있느냐'는 질문에 "혼자 살고 있다"고만 했다.

이씨는 폭행 당시 상황에 대해 "영상을 보셨듯이 쌍방(폭행)이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더 크게 다치지 않으려고 얼굴을 감싸고 있었고 멱살을 잡힌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 사람들이 뭐라면서 때렸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때릴 때는 말이 없었다. 무자비하게 때렸다"고 했다. 이씨는 당시 세월호 유족들의 폭행을 말려준 시민들에 대해 "정말 그분들이 아니었으면 크게 다쳤을 것"이라 했다. 이씨는 자신을 돕다가 유족들에게 폭행을 당한 김모(35)·노모(35)씨가 17일 오전 5시쯤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자 "감사하다"며 차비로 쓰라고 1만원을 건넸다. 두 사람은 그러나 이씨가 내민 돈을 사양했다고 한다. 그는 "저를 도와준 시민들이 (경찰 조사를 받는 등) 곤란을 겪고 있다"며 "그분들도 피해자인데…"라고 미안해했다. 이씨는 "(폭행 사건 이후) 전화를 꺼놔서 잘은 모르겠지만 (폭행한 사람 쪽에서) 문자나 어떤 접촉, 사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대책위 사퇴 회견에서도 저에 대한 사과는 없더라"고 했다.

이씨는 평소라면 일을 나갔을 시각인 18일 오전 2시쯤 대리기사 5만5000명이 가입된 국내 최대 대리기사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여의도 대리기사 폭행사건 피해 기사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진위 논란이 일었지만, 이씨는 "동료 대리기사들에게 사실을 알려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 글에서 "2003년 사업에 실패한 뒤 절박함에 대리운전을 시작해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다시 일어서려고 무던히 발버둥쳤다"고 했다. 그는 "10여년 밤이슬을 맞으며 생활하다가 2012년 다른 일을 시작하면서 '다시는 이 자리에 돌아오지 않겠노라'며 대리운전 일을 접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씨는 올해 5월 다시 대리운전을 시작했다고 했다.

폭행의 발단이 된 그날 밤 콜의 목적지는 그냥 '안산'이라고만 적혀 있었고, 요금은 2만5000원이었다고 했다. 그는 "근처에 있다가 걸어서 현장에 갔고, 먼저 와 있던 다른 대리기사와 10여분을 기다렸다"고 했다. 이씨는 "(김 의원 일행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5분, 내려와 차 위치 서로 묻느라고 2~3분, 차쪽으로 이동하면서 가다 서다 얘기하며 또 5분, 차 위치를 모른 상태에서 또 3~5분 대기, 그리고 차를 세워놓은 곳까지 갔는데 길 건너편에서 (김 의원과 유족들이) 오지 않고 다시 계속 얘기하고 있길래 가서 '못 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 손님들이) 세월호 유족인지 국회의원인지 처음에는 몰랐고 국회의원이란 분이 명함을 줘서 알았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유족이라는 사람이 '의원님 앞에서 공손하지 못하다'고 한 말에 화가 나 '국회의원이 뭔데'라고 따졌고, 곧바로 일방적 폭행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민들이 제지하거나 말리지 않았으면 맞아 죽었을 수도 있었다"고도 했다.

글을 읽은 대리기사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한 대리기사는 '최소한의 도리를 아는 자들이면 술 깨고 제정신 돌아왔을 때 대리기사에게 정중한 사과와 피해보상을 약속했어야 한다. 그런데 이제 쌍방(폭행)을 주장한다'며 혀를 찼다. 다른 대리기사는 "김현 의원처럼 대리기사가 마음에 안 들면 명함을 달라고 하는 고위 인사들이 있다"며 "이들이 업주에게 연락하면 일이 끊기기 때문에 대리기사들은 명함을 달라고 하면 겁부터 난다"고 했다. '여의도에서 오는 콜을 받지 말아야 한다'며 집단적 대응을 촉구하는 글도 있었다. 대리운전 4년차인 전국대리운전기사협회 김종용(56) 회장은 "이런 사건이 났다고 여의도에서 오는 콜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했다. 그는 "오늘 당장 아이 학원비가 없기 때문에 자존심 다 버리고 여의도로 가야 하는 게 대리기사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