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벌어들인 인세로 뭘 했느냐고요? 흠~ 볼보 트랙터를 구입했죠. 빨간색 1969년식인데, 끝내줍니다."

오십 넘은 남자에겐 민망한 표현이나, 요나스 요나손(Jonasson·53)은 소설 단 두 권으로 세계 문단에 벼락처럼 등장한 '신데렐라'다. 그가 마흔여덟에 쓴 첫 책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열린책들)은 인구 900만 모국(母國) 스웨덴에서 120만부, 전 세계에선 80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20세기 현대사를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비꼬고 풍자하는 마법의 스토리텔링 덕에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돼 '대박'을 터뜨렸다.(그는 영화에서 고르바초프 뒤에 서있는 소련 장군으로 카메오 출연한다.) 두 번째 소설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도 흥행몰이 중이다. 스웨덴은 물론, 한국 종합 베스트셀러 5위 안에 진입했다. '요나손 열풍'이다.

스웨덴 고틀란드 섬에서 일곱 살 아들과 농사짓고 닭 키우며 사는 '싱글 대디' 요나손을 이메일로 만났다. 사고뭉치로되 매력 넘치는 작품 속 주인공들의 '창조주'답게 그의 답변엔 재치가 넘쳤다.

―마흔여덟에 쓴 첫 소설이 벼락같은 성공을 거두리라 예상했는지.

"처음엔 책으로 출간되기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책이 나온 다음엔 3000부만 팔렸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런데 800만부가 팔렸단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이 모든 게 꿈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또 한 번 놀란다."

―중년에 데뷔한 건 작가로서 장점일까, 단점일까.

"스물셋, 스물넷에 책을 냈더라면 밀란 쿤데라와 가르시아 마르케스, 바르가스 요사 등등의 글이 섞인 어쭙잖은 무언가밖에 못 썼을 것이다. 삶의 경험을 좀 쌓았다고 할 수 있는 40대 후반에 책을 낸 건 정말 잘한 일이다. 내가 읽고 싶은 바로 그런 책을 쓸 만큼 자신감도 충만했다. 유명한 문학 에이전시에서 내 첫 책을 보고 묻더라. '대체 이 책을 어느 분야에 놓아야 할지 모르겠다니까. 범죄소설인가 싶으면 모험소설인 것 같고. 도대체 뭐지?' 그래서 말했다. '요나스 요나손 식(式) 소설'이라고."

요나손은 전직 신문기자다. 예테보리 대학에서 스웨덴어와 스페인어를 공부한 뒤 15년간 기자로 일했다. 1996년에는 OTW라는 미디어 회사를 설립해 직원 100명에 이르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현대사에 대한 집요한 관심은 기자 시절 몸에 뱄다. 회사를 매각하고 섬으로 내려온 건 고질적인 허리 통증 탓이었다. 오랜 염원이었던 작가가 되기 위해 자신 또한 "창문을 넘은" 셈이다.

스웨덴 작은 섬에서 닭 키우며 사는 요나손에게 왜 도시에서 살지 않느냐고 물었다. “걷다 보면 바이킹 유물이 발에 차인다. 당신도 유물을 찾으러 오고 싶다면 금속탐지기는 불법이니 참고하라.” 왜 소설을 쓰느냐 물었다. “오! 나도 종종 나에게 그 질문을 던진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폭탄 제조에 타고난 능력을 갖춘 시골 소년 알란 카손이 20세기 역사의 현장을 누비며 본의 아니게 현대사의 흐름을 쥐락펴락하게 된다는 기발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인류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은가? 세계 역사를 보면 다 비슷비슷하게 돌아가고, 인류는 전혀 학습을 못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어느 한 입장에서 얘기하기보다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입장을 다 보여주고 싶었다. 미국과 사회주의가 저지른 실수 같은 것은 너무 잘 알려져 있지 않나."

―스탈린, 마오쩌둥, 트루먼, 후진타오, 만델라에 이르기까지 두 작품 모두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치인들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문학작품은 반드시 현실의 일부를 가져온다. 그 현실의 일부로 모두가 알 만한 사람들을 불러들인 것이다. 그래야 비틀고 꼬집는 일이 더 재미있으니까."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197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실수로 제조한 원자폭탄을 손에 넣은 흑인 소녀 놈베코가 대륙을 넘나들며 펼치는 해프닝이다. 어떻게 핵무기를 풍자한 소설을 쓸 생각을 했나.

"70년대 후반 그리고 80년대 초에, 인간의 가장 멍청한 결점 중 두 가지가 남아프리카에서 만나 힘을 합친다. 정치적 아이디어로서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그리고 대량살상무기 제조였다. 그 좁은 땅에 그런 엄청난 어리석음이 존재했다. 나는 이걸 그냥 둘 수 없었다."

―남아공에서 사라졌다는 핵무기는 실제 이야기인가?

"캐면 캘수록 무서울 텐데! 이야기는 우리가 소설에서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현실에 가깝다."

―기자 경험이 작가로서의 성공에 영향을 주었을까?

"인터뷰하면서 기사 제목으로 뽑을 만한 말을 해줄 수 있는 것? 이건 농담이고! 난 책 속에서 거의 묘사를 하지 않는다. 단지 내 머릿속에서 인물들이 행동하고 말하는 그대로를 옮겨 적을 뿐이다."

포복절도할 만큼 해학과 풍자, 촌철살인이 넘치는 요나손 소설을 읽다 보면, '삐삐롱스타킹'으로 유명한 스웨덴 국민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떠오른다. 요나손도 그녀의 영향력을 부정하지 않았다. "우리 집에 와본 독일 잡지 기자가 기사에 내 집과 부엌을 묘사하고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을 영화화한다면 이곳이 완벽한 세트장이 될 것'이라고 썼더라."

―당신의 작품엔 왜 죄다 비정상적인, 그러니까 시한폭탄 같은 사람들만 등장하는가?

"우리는 모두 비정상이고, 우리는 모두 시한폭탄 같은 존재들이다."

―우연투성이인 당신의 소설은 매우 비현실적인 '막장 드라마'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건 내 책임이 아니다. 삶 자체가 우연의 연속이고, 현실은 내 소설보다 훨씬 황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