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원내대표 협상이 주말까지 결렬되면서 정기국회 정상화의 계기가 될 수 있었던 15일 본회의도 사실상 무산됐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14일 "15일 본회의를 개최해 법안을 직권 상정하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밝히면서 국회 정상화는 언제 가능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국정감사, 대정부 질문,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정기국회 주요 일정도 언제 시작될지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세월호특별법과 국회 정상화 협상을 위해 만났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는 유족 측 입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특별법 관련 의견 일치를 봐야 다른 법안 처리에 협조할 수 있다"고 했다. 14일에는 더 이상 협상 여지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아예 만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 당원들 쓴소리 듣는 野 초·재선 의원들 - 새정치민주연합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 좋은 미래’와 ‘다준다 정치연구소’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위기 진단과 극복을 위한 ‘그저, 듣겠습니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당 소속 의원들이 당 혁신 방안에 대한 일반 당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에 따라 박영선 원내대표는 물론 이완구 원내대표까지 당 안팎으로부터 흔들리는 상황이 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박 원내대표의 경우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 논란 속에 원내대표직 유지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몰려 있다. 한 지도부 의원은 "당내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 대여 협상의 창구로서 대표성도 큰 타격을 입게 된 상황"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이 원내대표 또한 난감한 처지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야당 내부 사정으로 협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은 알지만 교착 상태가 길어지자 이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했다.

두 원내 지도자의 협상력을 기대하기 힘들어지면서 여당 내부에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세연·황영철 등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10여명은 15일 별도의 조찬 모임을 갖고 세월호 국면에 대한 타결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강경파 일부 의원들은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위헌 소송을 추진하면서 의원들의 집단 성명 등을 통해 다시 한번 국회의장에게 직권 상정을 촉구하기로 했다. "김무성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1일 "여야 원내대표는 주말까지 재량권을 갖고 마지막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김 대표가 야당의 누구와 대화를 해야 할지가 마땅치 않은 점이 문제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국회 파행 장기화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정기국회를 방기할 경우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국민 여론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 재선 의원은 "원내 지도부가 세월호특별법에 집착하지 말고 빨리 국회로 복귀해 민생 법안에 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15일 본회의까지 무산되면 정부의 실정(失政)을 견제하기 위한 야당의 가장 중요한 무대인 국정감사까지 큰 지장을 받게 된다"고 했다.

한편 이날 '15일 본회의 개최 불가' 의사를 밝힌 정의화 국회의장은 "(합의 없이 본회의를 열 경우) 야당이 반발하면 국회가 또 장기 파행을 거듭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그렇게 되면 긴급 민생 법안은 다루지도 못하고 경제와 민생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장은 "의사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을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며 "(본회의에 계류 중인) 91개 법안은 언제든 의장이 상정할 수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어떻게든 26일까지는 본회의를 단독으로라도 열어 본회의 계류 법안 91개를 처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지난 12일 국회 운영위원회로 "여야 합의가 없으면 의장 직권으로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정하겠다"며 ▲17~18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 ▲19~25일 대정부 질문 ▲26일 본회의 안건 처리 ▲29일~10월 18일 국정감사 ▲10월 20일 예산안 심사 시작 등의 일정을 제시한 바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정 의장이 26일 본회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우리로선 그 전에 최대한 빨리 본회의 일정을 잡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