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방위산업체는 한국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연 매출 147억유로(약 20조원)인 프랑스 2위 방위산업체 사프란(Safran)이다. 그동안 엔진실 제작업체인 에어셀 등 일부 계열사가 한국에 진출해 있지만, 이를 통합해 사프란 한국법인을 최근 설립했다.

사프란 초대 한국법인장을 맡은 알랙시 드 팰퍼르(40·사진)는 프랑스 공군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하다 지난해 11월 중령으로 예편했다. 이달 중순 한국 부임을 앞두고 파리에서 만난 그는 "최근 전쟁에선 직접적인 무력 충돌뿐 아니라, 사전에 적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예측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땅과 바다, 하늘에서 국경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무기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뛰어난 관측 장비를 탑재한 무인기(UAV) 등이 이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드 팰퍼르 법인장은 프랑스 방위산업의 강점으로 기술 협력을 꼽았다. 그는 "프랑스 방위산업체는 자국 시장이 작기 때문에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발전해 왔다"며 "다른 나라와의 기술 협력에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미 한국에 헬리콥터 엔진과 관측 장비 등을 수출한 사프란은 한국 기업과 손잡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사프란의 R&D 투자액은 전체 매출액의 12% 안팎이다.

드 팰퍼르 법인장은 "한국은 기술력뿐 아니라 생산 공정에서 큰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프란이 가진 첨단 기술력과 한국의 생산 능력을 결합해 중동·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한국이 해외 수출에 성공한 FA-50 경공격기의 랜딩 기어도 사프란이 공급했다"며 "한국의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프란은 방위산업뿐 아니라 민간 분야 진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무기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생체 정보 인식 기술 등을 보안 시장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드 팰퍼르 법인장은 "한국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등 주요 행사를 많이 연다"며 "홍채·지문·안면 인식과 관련한 첨단 기술을 한국 시장에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