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 내 가혹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국방부가 마련한 각종 대책이 일선 부대에서 시행에 혼선을 겪으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군 내부에서는 "근본적인 개혁이 아니라 일단 빨리 바꾸고 보자는 식의 졸속 대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 A 부대는 지난 8월 말 동기별로 내무 생활을 하는 '동기생활관' 제도를 시행했다. 문제는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를 시행하다 보니 한 내무반 생활 인원이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15명까지 극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대 관계자는 "예정에 없이 갑자기 계급별로 내무반을 갈라 쓰다 보니 두 명뿐인 이병은 10명이 쓰는 내무반을 통째로 쓰고, 인원이 훨씬 많은 일병은 15명이 한 내무반에서 새우잠을 자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의 사령관이 한 번 왔다 간 다음 날 생긴 일인데 병사들의 불만이 엄청나다"고 했다.

군은 지난 2012년부터 훈련은 여러 계급이 뒤섞여 받고, 내무 생활은 동기끼리만 하는 동기생활관 제도를 시행해 전 부대로 확대 중이다. 지난 7월까지 전체 군의 67%가 동기생활관 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구형(舊型) 생활관이 많은 일부 부대는 예산 부족으로 신형 막사를 확보하지 못해 제도 시행을 미뤄 왔다.

그런데 28사단 윤모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전군에 병영 문화 개선 지시가 내려지자 준비도 없이 급하게 제도를 시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부대가 계급별 내무반 인원을 들쭉날쭉 배정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부대별로 계급 분포가 다양해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며 "군 전체적으로 제도를 빨리 시행하라고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는데 각급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 급히 시행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군의 '조급증(躁急症)'은 최근 발표한 병영 문화 혁신 방안에도 드러난다. 국방부는 내년까지 현행 0.7평(약 2.3㎡) 수준인 병사 1명당 잠자리를 3배 가까운 1.9평(약 6.3㎡)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지난 1일 밝혔다. 30여명의 소대 단위 병사가 마룻바닥에 매트를 깔고 자던 기존의 '침상형' 내무반을 한 분대(9명)가 침대에서 자는 형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 또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책상머리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군 관계자는 "병사들의 잠자리를 3배 늘리려면 새 막사가 3배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5년도 더 걸릴 장기 사업인데 어떻게 1년 만에 예산을 확보해 하겠다는 것인지… 가건물이라도 짓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지난달 26일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이 밝힌 '입대 동기들로 이뤄진 분대·소대 구성' 방안은 시행도 전에 논란만 일으켰다. 훈련소 입소에서부터 군을 제대할 때까지 선·후임 없이 동기끼리만으로 구성된 부대를 만들겠다는 뜻이었지만 "위·아래를 없애면 제대로 부대 운영이 되겠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군의 한 간부는 "군대 내에 여러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무조건 빨리한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제대로 계획을 세우고 시행해 나가는 게 근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