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4일 8개 자사고(自私高)에 대해 재(再)지정 취소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해당 학교들의 반발로 이 문제는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될 공산이 크다. 친(親)전교조 성향의 김승환 전북도교육감도 2010년 7월 취임 직후 전임 교육감이 자사고로 지정했던 두 고교에 대해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가 학교 재단과 교육부가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조 교육감은 좌파(左派) 진영 교수로서 사회를 향해 적극 발언해 오다가 교육감에 당선됐다. 수도 서울의 교육을 바꿔보겠다는 그 나름의 포부도 강할 것이다. 그러나 조 교육감은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강행함으로써 스스로 분란(紛亂)의 수렁 속으로 뛰어드는 결정을 내렸다. 자사고 문제로 인한 소용돌이는 그가 품었을 다른 교육 혁신의 실현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우선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 과정 자체가 국민 공감을 얻기 어렵게 돼 있다. 전임 교육감 시절의 '합격' 평가를 뒤집고 재(再)평가와 재재(再再)평가를 거쳐 내린 '불합격' 판정을 누가 정당하다고 인정하겠는가.

조 교육감의 두 아들은 외국어고교를 졸업했다. 서울엔 외고(外高)가 6곳, 자사고가 25곳 있다. 일반적으로 자사고보다는 외고가 더 입학하기 어렵고 수능 성적, 대학 진학 실적이 낫다. 자기 자녀들을 외고에 보냈던 학부모로서 조 교육감은 외고에 대해선 이렇다 할 말이 없다. 그러면서도 자사고를 지목해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쯤으로 몰아가는 것을 학부모들이 뭐라 보겠는가.

좌파 교육감들이 지원해온 혁신고와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된 자사고는 학교·교사들에게 학교 운영과 교과과정 편성에 상당한 재량권을 준다는 점에서 '자율 교육'이라는 공통 지향점을 갖는다. 혁신고는 교육청에서 일반고보다 연 1억원 남짓 더 지원을 받는 반면, 자사고는 등록금이 일반고의 3배인 대신 교육 당국으로부터 연 20억~25억의 운영 지원금을 받지 않는다. 두 형태 학교가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면 교육 당국은 자사고 덕분에 넉넉해진 재정을 갖고 혁신고를 더 지원해줄 수도 있다.

교육 현장은 '수월(秀越) 교육'과 '평등(平等) 교육'이라는 두 가치가 부딪치는 분야다. 둘 다 무시할 수 없는 가치여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결정을 내리는 순간 집단·계층 간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조 교육감은 스스로 진흙탕과 같은 그런 '진영(陣營) 싸움'의 길로 들어섰다. 그가 오늘의 대한민국 교육을 뜯어고치겠다며 품었던 꿈 역시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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