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열사가 친일파가 발굴했다는 이유 등으로 고교 교과서에서 누락됐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꼭 배워야 하는 역사 인물들이 집필자의 편향된 사관 때문에 교과서에서 빠지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해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거 교과서엔 대부분 서술

본지가 국사편찬위에서 운영하는 '우리역사넷' 사이트에서 '교육과정'이 체계화된 1956년 이후 발행된 역대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유관순 열사에 대한 서술은 1969년 검정 고교 교과서에 처음 등장한 이후 다수의 중·고 교과서에 서술됐다.

1969년 검정 발행된 2차 고교 교과서는 3·1운동에 대한 본문에서 '민족 자주의 정권과 인류 평등의 대의를 선포한 평화적 독립 선포는 제암리 사건과 유관순의 순국에서 보듯 잔악한 일제의 탄압으로 결국은 실패에 돌아갔다'고 서술하고 있다.

역대 국사 교과서 내 유관순 서술 여부 비교표

이후 국정으로 발행된 3~6차 국사 교과서에서는 중학교의 경우 유관순이 빠짐없이 등장하고,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3차(1980년 발행) 고교 국사 교과서에서만 유관순이 없고 1983년부터 2001년까지 사용된 4~6차 교과서에는 유관순이 등장한다. 4~6차 고교 교과서들은 3·1운동에 대한 '각주'에서 '시위에 참가하였다는 이유로 무수한 사람이 투옥당하였고, 일본 경찰로부터 비인도적인 악행을 당하여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유관순의 순국 사실은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고 유관순에 대해 언급한다.

2002년 발행된 7차 교육과정 교과서에서는 중학교 '국사' 교과서는 국정 발행을 유지했고, 유관순 열사에 대한 설명은 더 자세해졌다. 하지만 고교 교과서는 전근대사를 다루는 '국사' 교과서는 국정으로 발행됐지만, 근현대사는 별도의 검정 교과서로 분리됐다. 당시 발행된 근현대사 검정 교과서 6종 중 일부는 유관순 열사를 언급했지만, 일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1980년 발행된 3차 고교 교과서를 제외하고 1983년부터 꾸준히 유관순 열사가 중·고교 국정 교과서에서 다뤄지다가, 고교 교과서가 검정 체제로 전환되면서 출판사에 따라 들어가기도 하고 빠지기도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6일 교육부 주최 토론회에서 춘천교대 김정인 교수가 "유관순 열사는 친일파가 발굴했다는 이유 등으로 고교 교과서에서 누락됐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유관순 열사 논란'이 불거졌다.

집필 기준에 넣어야 하나

현재로는 유관순 열사 등 특정 인물을 교과서에 포함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정부는 검정 교과서 집필자들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집필 기준'을 제시하지만, 집필 기준은 '특정 인물을 서술하라'는 식으로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고등학생들이 쓰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3·1운동에 대한 집필 기준은 '3·1운동이 우리 민족의 독립 의지를 세계에 알린 민족적 항쟁이었음을 서술한다' '3·1운동의 대내외 배경과 전개 과정을 서술하고, 3·1운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제의 잔혹성을 설명한다'는 식으로 돼 있다.

교과서 집필자들 사이에서는 "특정 역사 인물에 대해 일일이 교과서 집필 기준에 넣는 것은 검정 체제의 취지에 맞지 않고, 집필자들을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정도 인물은 반드시 교과서에서 다루는 것이 좋겠다'는 사회적인 합의가 있다면 집필 기준에 넣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유관순 열사가 교과서에서 빠진 데 대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측은 "현재 2018년 고교에서 쓰일 교과서 발행 체제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폭 넓은 의견 수렴을 할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이 옳지 않은 이유로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준거안(국정일 경우)이나 집필 기준(검정일 경우)을 구체화하는 등 개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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