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와인 빈 병은 재활용이 거의 안 돼요. 병마다 모양과 색깔이 제각각이어서 업체들도 수거를 꺼리거든요. 이런 '애물단지' 와인병을 활용해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순 없을까 생각해본 거죠."

함의영(33)·정주헌(33)·김민재(30)씨. 30대 남자 셋은 매일 빈 병을 주우러 다닌다. 다들 국제기구·은행·공공기관에서 '잘나가는' 직원이었다. 4~5년차 되던 해에 직장에서 나와 지난 3월 소셜벤처기업 '스위치랩'을 세웠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해보자'라는 뜻 아래 금세 '형, 동생' 사이가 됐다.

소셜벤처기업 ‘스위치랩’의 정주헌·함의영·김민재(왼쪽부터)씨와 와인병으로 만든 작품들.

팀의 '아이디어 뱅크'인 함씨가 레스토랑에 쌓인 빈 와인병을 보고 제안했다. 버려진 병들로 실용적 제품을 만들어 팔아보자는 것. 정씨가 세부 계획을 짰고, 발 빠른 김씨가 바로 나섰다. 빈 병 처리가 골칫거리인 식당과 와인바에서는 흔쾌히 내줬다. 서울 명동의 7평 사무실이 빈 병으로 가득 찼다.

국민대 미술대학 학생 67명도 힘을 보탰다. 도자공예학과 학생들이 800℃ 가마에서 4시간 동안 구워 병의 모양을 변형시키면, 공업디자인 및 회화과 학생들이 그림을 그렸다. 이렇게 와인병 100개가 꽃병과 접시로 재탄생했다. 이 작품들이 오는 31일까지 청와대 사랑채에서 '디자인 포 와인(Design for Wine)'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된다.

"저희가 자선단체는 아녜요. 마케팅 활동을 하되 공익적 가치를 얹자는 거죠. 병 주우러 다닌 우리도, 여기에 색과 그림을 입힌 학생들도, 작품을 보거나 사는 분들도 다 '즐기는' 겁니다."(정주헌)

셋은 전시가 끝나면 이 작품들을 식당 등에 판매할 예정이다. 수익금은 폐지 줍는 노인들의 신발을 사는 데 쓸 거라고 한다. "어느 날 보니 리어카 끌고 가는 어르신의 신발 뒷굽이 다 닳았더라고요.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그분들이 자활 기반을 마련하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거죠."(김민재)

"앞으론 좀 더 공익성 있는 마케팅 아이디어를 내서 기업과도 손잡아볼까 해요. 번득이면서도 섹시한 아이디어요. 그런 사회공헌이어야 모두가 동참하지 않을까요?"(함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