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서울대 입학본부 웹진 아로리(snuarori.snu.ac.kr)에는 2014학년도 수시·정시모집 구술고사 문제지가 공개됐다. 그러나 공개 목록에서 인문계열 수시 구술고사 기출문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모집단위별로 다양한 문제가 나왔기 때문이다. 막막할 2015학년도 서울대 수시 인문계열 지원자를 위해 14학번 3인이 지난해 구술고사 문제 유형과 대비법을 밝혔다.

(왼쪽부터) 김미송 서울대 경영학과 1년, 박연정 서울대 국어교육과 1년, 이종훈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1년

상경계열_ 교수는 답이 아니라 지원자가 궁금하다

김미송(서울대 경영학과 1년)씨는 "지난해 구술고사는 준비시간 30분을 주고, 7분간 실제 면접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모든 지원자는 공통으로 수학·영어 문제지를 받았다. 수학 분야에서는 크게 확률·극한·점화식 등이 출제됐다. 영어는 심리학과 관련된 지문 4개의 요지를 파악하고, 원인 분석·활용 방안 등을 묻는 문제였다.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이 영어였던 김씨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과목에서 실수를 저질러 영어 공포증에 시달리는 상태였다. "준비시간 30분 내내 영어 지문만 들여다봤어요. 면접장에 들어갔는데 첫 질문이 '수학 문제의 답을 말해 보라'는 거였죠. '잠시만요' 하고는 교수님이 보시는 앞에서 문제를 풀었어요. 교수님은 문제의 답이 궁금한 게 아니라 저라는 사람이 궁금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머릿속 풀이과정을 다 말로 옮겨 '생중계'했죠."(웃음)

그는 "교수는 자신의 가르침을 잘 받아들이고 함께 공부할 학생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문제를 잘못 풀면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떤가'하고 조언해 주셨어요. 저는 그걸 바로 받아들여서 고쳐나갔죠."

사범대학_ 타 모집단위보다 자소서 기반 질문 많아

지난해 사범대학 구술고사는 △준비시간 15분-전공적성검사 15분 △준비시간 15분-교직적성·인성검사 15분 형식으로 치러졌다. 전공적성검사에서는 △표준어 규정·외래어 표기법·로마자 표기법의 정의와 의의 △고전시가가 현대인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 △한자 읽기 등 총 3문제가 나왔다. 마지막 문제에서는 '국어교육의 하나로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를 묻는 추가 돌발 질문도 이어졌다.

교직적성·인성검사는 사범대학만의 특징이다. 지난해는 '학생이 수업 시간에 질문하지 않는 세태를 다룬 제시문을 읽고 그와 관련된 경험을 이야기하는' 문제가 나왔다. 박연정(서울대 국어교육과 1년)씨의 경우 문제지 질의응답은 5분 만에 끝나고 자기소개서 관련 질문이 15분간이나 이어졌다. 그는 "사범대 면접에서는 자기소개서 관련 질문 비중이 크다"며 "자기소개서 내용을 완벽히 숙지하고 예상질문 대비까지 마쳤다면 걱정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범대 구술고사에서는 외국의 교육 관련 문제를 묻는 경우가 잦다"며 "꼭 관련 도서를 읽어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박씨가 읽었던 책은 △핀란드 교육혁명(살림터) △독일 교육 이야기(21세기북스) △교실 카스트(베이직북스) 등이다.

자유전공학부_ 수학 공포증 떨쳐라

이종훈(서울대 자유전공학부 1년)씨는 "자유전공학부 구술고사는 철저히 문제지에 기초해 치러졌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 관련 질문을 던지는 일도 거의 없다. 지난해 자유전공학부 지원자는 기본문제 2개(국어·수학)와 심화문제 1개(수학·영어 가운데 택일) 등 총 3문제를 풀어야 했다. 준비시간 30분 동안 3문제를 풀고, 5분간 구술고사를 치르는 형태였다.

이씨는 "기본문제 수학은 미적분 문제였다"며 "수학의 정석 예제 수준 정도로 쉬웠다"고 말했다. 스스로 '문과형'이라고 말하는 이씨는 심화문제도 영어를 택했다. 서로 다른 종교문화권 사이 충돌을 다룬 기사가 제시문으로 주어졌다. 이씨는 "순서가 뒤죽박죽이라 영어 토론과 영어 모의법정 경험이 풍부한 내게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면접관이 제시문에 대한 제 의견도 물어볼 거라 생각했어요. 반론 대비도 해 갔죠. 하지만 원래 문제지에 주어진 질문 이외에 추가 질문은 없었어요. 자유전공학부는 합불여부가 자기소개서에서 이미 결판이 난다고 생각해요."

그는 "자유전공학부에 수학 문제가 출제되는 것 때문에 특히 학원가를 중심으로 공포감 조성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자유전공학부는 수학을 이과생만큼 잘하는 문과생을 뽑는 곳이 아닙니다. 다양한 학문에 지적 호기심이 강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곳이죠. 실제로 동기 중에는 답을 틀리고도 합격한 친구가 많아요. 특히 수학 문제 때문에 겁먹을 필요는 절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