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충남 천안 중앙소방학교를 방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소방 안전체험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2014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 행사 일환으로 '소통과 체험'이라는 주제로 실시됐다.

"여당도 마냥 뒷짐 지고 있을 수는 없다."

새누리당이 22일 천안에서 가진 연찬회장 안팎에선 이제 여당도 나서야 할 때가 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여야(與野)의 세월호특별법 합의가 유족들의 반대에 부딪힌 뒤 새누리당은 한 걸음 떨어져 관망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두 차례 세월호특별법 여야 합의가 야당에 의해 번번이 뒤집어지는 모양새가 연출되자, 새누리당은 "우리는 할 일을 다 했는데 야당이 잘못한 것"이라며 책임을 야당 쪽에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여야 교착(膠着)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그러자 "국정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이 어떻게든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족 만나고, 사태 빨리 수습하자"

22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한 여당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이면 세월호 사태 장기화에 대한 걱정부터 했다. 세월호를 둘러싼 여야 교착이 장기화되면 결국 여당에 책임이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경원 의원은 "지금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교착은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간의 불신 때문"이라며 "야당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라 이제부터 여당이 유가족과 직접 대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22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참석 의원들이 김무성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이날 연찬회에선 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금주령’이 내려졌다.

김용태 의원은 "이번 여름 지역구를 돌아보니 경기(景氣)가 작년의 절반, 어떤 곳은 반의 반 수준까지 떨어져 월세를 못 내는 사람도 많았다"며 "세월호 사태를 언제까지 끌고 갈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법과 원칙을 위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설명하면서도 대통령이 유족을 만나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야당의 무능력이 교착 상태를 가져왔지만 이런 상황이 오래가면 여당 역시 여론의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며 "(진상조사위) 수사권·기소권 부여를 제외하고 유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다 해주는 게 맞다"고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도 "여야 합의안을 야당이 빨리 추인(追認)해야 한다"며 "재재(再再)협상은 없다"고 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지난번 재협상안도 당내 반발이 컸다"며 "만약 다시 하겠다고 하면 이번에는 우리 당에서 추인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유가족이 요구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조사하게 하면 자력구제 금지 원칙을 깨는 것인데, 이는 문명사회에서는 허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집권 여당의 책임감 보여줘야"

하지만 여권 원로들과 전문가들은 여당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여당이 유족들을 만나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야당에만 맡겨놓고 있다"며 "여당이 절박감을 못 느끼고 있는데 결국엔 여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여당은 논리만으로 접근할 게 아니고 유족에게 감성으로 다가가야 하고,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여당은 피해자들에게 가장 죄송한 사람들로 '일차적 책임이 있다'거나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런 약속이나 다짐 같은 것이 거의 없었고,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감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야당과 함께 유족과 머리를 맞대야 하고 여야 공동으로 청와대에 요구를 해서 대통령이 길을 터주는 방향을 찾아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