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수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여야(與野) 의원 5명에 대해 검찰이 일제히 강제 구인에 나선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은 해당 의원과 검찰의 숨바꼭질로 온종일 어수선했다. 체포를 막아줄 임시국회 개회(開會)를 하루 앞두고 출석을 망설이던 의원들은 의원실 문을 걸어 잠그고 버티거나 연락을 끊고 잠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탄 국회에 대한 비판 여론과 당(黨) 지도부의 압박이 계속되자 의원들은 입장을 바꿔 법원에 출석했다.

檢, 보일러실, 화장실도 뒤져

이날 오전 의원들은 변호인을 통해 영장실질심사 연기요청서를 제출하는 등 사실상 불출석 의사를 표시했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던 검찰은 오전 6시부터 의원들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의원회관과 의원들의 집, 그들 자녀의 집 등에 검사와 수사관 40여명을 보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꼭두새벽부터 작전하듯 구인영장 집행을 준비한 것이다. 검찰은 의원들이 사용하는 차명 전화 위치를 추적하고, 경찰에 차량 수배를 요청하기도 했다.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과 인천지검 수사관들은 3~4명씩 조(組)를 이뤄 구인 대상인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신학용·김재윤 의원과 새누리당 박상은·조현룡 의원실에 들이닥쳤다. 하지만 의원실에 있는 사람은 신학용 의원뿐이었다. 이날 오전 8시쯤 출근한 신 의원은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치자 문을 걸어 잠갔다. 신 의원은 "자진 출두하겠다"고 밝히며 강제 구인을 완강히 거부했다. 나머지 의원 4명은 검찰이 의원실을 찾았을 때 자리에 없었다. 새누리당 박상은·조현룡 의원은 한때 휴대전화까지 끈 채 잠적했다. 소재를 파악하는 데 실패한 검찰은 의원회관 지하 보일러실과 화장실까지 수색했고 건물 안팎의 CCTV를 확인하기도 했다.

연락 두절 與 의원들 반나절 만에 '출석'

하지만 의원들의 버티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방문을 걸어 잠갔던 신학용 의원은 2시간 후인 정오쯤 검찰에 자진 출석 의사를 밝혔다. 오후 1시에는 김재윤·신계륜 의원 역시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밝히면서 검찰 수사관들이 철수했다. 애초 이들이 하루 동안 검찰을 피한 뒤 22일부터 방탄 국회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방탄 국회'에 대한 비난 압박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 출석을 결정하게 된 계기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의원들만 출두를 거부한 상황이 되자 당 지도부는 박상은·조현룡 의원 설득에 나섰다. 이군현 사무총장은 "집권 여당이 방탄 국회 오명(汚名)을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두 의원 측에 "오늘 실질심사에 나가지 않으면 출당(黜黨) 조치하고 체포 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당론으로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야당 의원들이 출두 의사를 밝힌 지 약 3시간 뒤인 오후 3시 30분쯤 두 의원도 변호사를 통해 출석 의사를 밝혔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영장실질심사와 관련해서 당의 공식 입장이나 공식 대응은 없다"고 했지만 야당은 수사 성격을 '야당 탄압' '공정성을 잃은 표적 수사'로 보고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