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녀를 돌보는 할머니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인지 기능이 더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전혜정 교수는 한국노동연구원의 '고령화 연구 패널 조사'에 응한 전국의 45~74세 여성 응답자 2341명을 분석한 결과 지난 1년간 주당 10시간 이상 손자녀를 돌본 여성 170명의 인지 기능(평균 24.4점)이 그렇지 않은 여성 2171명의 인지 기능(23.7점)보다 더 좋았다고 밝혔다. 인지 기능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치매 테스트(MMSE) 점수로 측정했고, 인지 기능 최고점은 30점이다.

특히 중졸 이상 교육 수준이 높은 할머니에서 효과가 뚜렷했다. 중졸 이상 학력을 가진 여성 726명을 비교하면 손자녀를 돌보지 않은 여성(660명)의 인지 기능(24.2점)과 손자녀를 돌봐온 여성(66명)의 인지 기능(25.2점) 차이가 더 컸다. 또 손자녀를 돌본 후 2년이 지나도 이 같은 인지 기능 차이는 이어졌다. 이는 연령·혼인·건강 상태나 교육·경제 수준 같은 다른 변수의 영향을 배제하고 얻은 결과다.

전 교수는 "손자녀와 함께 놀이를 하고 책을 읽어 주는 등 다양한 양육 활동과 정서적 교감이 두뇌 활동을 자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근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무리하지 않는 손자녀 양육은 인지 능력 유지·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떠맡기보다는 할머니가 자율적으로 손자녀 양육을 선택한 경우 이런 긍정적인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노화 연구'(Research On Aging)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