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대개 태어나 제일 먼저 발음하는 단어다. 양념을 조금만 쳐도 금세 눈물샘이 뜨거워진다. 드라마 단골 소재인 이유다. 게다가 ‘막장’도 허용된다. 엄마는 뭐든 할 수 있는 존재니까. MBC 주말극 ‘마마’는 시한부 삶, 싱글맘, 고부 갈등, 불륜, 출생의 비밀, 사춘기의 반항, 뭐 이런 것들이 총출동한 드라마다.

13년 전, 옛 애인 정준호는 자신을 버리고 부잣집 딸과 결혼해버렸다. 캐나다로 날아가 몰래 애를 낳아 키운 여주인공 송윤아는 거부(巨富)가 돼 다시 나타난다. 그러나 위암 말기로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 아들이 있다. 또 복수극인가 싶지만, 아니다. 여기 이 드라마의 개성이 있다. '워맨스(woman+romance)'다. 남자들의 우정을 그린 '브로맨스'의 유행에 반기라도 들듯, 주인공 송윤아와 문정희 두 뛰어난 여배우를, 한 남자를 사이에 둔 기묘한 인연을 바탕으로 한 친구로 바꿔놓는다. 여자의 아들은 이제 옛 애인의 가족이 될 것이다.

"주제가 평범한 만큼, 지루함을 막으려다 보면 막장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김상협 PD)는 '자진 납세'처럼, 충격 요법의 등장은 필연적이다. 다만 이 요법에는 나름대로 사연을 뒀다. 돈에 쪼들려 젊은 회사 상사와 생계형 불륜을 저지르는 정준호는 갈팡질팡하고, 주부 문정희는 사교육비 때문에 제2금융권에서 대출한 3000만원을 갚지 못해 누드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려다 겁탈의 위기까지 넘긴다. 송윤아는 극심한 통증에 몸부림치다 아이가 다가오자 자신의 병을 숨기기 위해 "꺼져"라고 절규한다.

주인공들은 연기에 물이 오를 대로 올라 몰입도를 높이는데, 특히 시끄러운 결혼 과정을 거쳐 6년 만에 TV로 돌아온 송윤아의 '이제 세상사 좀 깨달은 듯한' 표정과, 착해 빠졌지만 점점 단단해지는 문정희의 모습은 TV 앞에서 "어쩜" "저런" 같은 추임새를 유도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 ‘스텝맘’(1998)과 플롯이 유사해 기시감이 든다. ‘리얼리티의 국산화’를 위해 드라마는 강남 사교육계 묘사에 주력하는데, ‘4인에 1000만원’짜리 그룹 과외를 시키는 엄마들의 처절한 사투기, 속출하는 “월급봉투에 목매 사는 별 볼일 없는 인생”과 같은 대사는 별반 참신하지가 않다. 게다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게 애끓는 모정인지, 한국 교육의 척박한 현실인지, 계층 갈등인지, 물욕에 대한 풍자인지, 용서와 화해인지, 불륜을 둘러싼 갈등인지 종잡을 수 없다. “그냥 ‘사랑과 전쟁’의 긴 버전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