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들은 20일 총회를 열어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와는 별도로 특별검사를 둬 특검이 수사·기소권을 행사한다는 여야(與野) 합의안을 거부했다. 이들은 특검이 아닌 진상조사위원회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총회에는 사망 294명, 실종 10명 등 304명의 희생자 중 176명의 가족 대표들이 참석해 132명이 여야 합의안 대신 진상조사위가 수사·기소권을 갖는 방안을 지지했다.

여야는 지난 7일과 19일 두 번 합의안을 내놓았다. 19일 2차 합의안의 핵심은 특검 추천위원회 위원 7명 중 여당 추천 몫 2명을 야당과 유가족이 동의하는 사람으로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하면 야당 추천 몫 2명을 포함해 과반(過半)이 돼 사실상 유가족들의 의사에 따라 특검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이는 1차 합의안에서 여당이 크게 양보한 결과였다.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이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유가족이 여당 몫 2명을 (직접) 추천한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유가족 총회는 이날 투표를 통해 이런 타협의 여지마저 없애버린 셈이 됐다. 그만큼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뜻이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달라는 유족들의 요구는 형법의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여야가 별도로 특검을 두기로 합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에 여야가 마련한 특별법이 통과되면 2년간 활동할 진상조사위원회는 국가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국가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준 충격이 그만큼 크고 깊기 때문이고, 밝혀지지 않는 의혹이 조금이라도 남아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 때문이다. 특별법이 이 공감대에 비춰 부족하다면 국민의 분노를 살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되면 국민의 외면(外面)을 부르게 된다. 이런 진통을 지켜보는 국민의 생각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는지는 누누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가족을 잃은 비통함에 몸부림치는 유가족들의 심정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국민 모두가 이 비극이 '안전한 나라'라는 미래로 승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진상 조사가 정쟁(政爭)과 진영 싸움의 대상이 되어버리거나 한풀이로 받아들여지게 되면 이런 국민적 이해와 기대는 머지않아 실망과 무관심(無關心)으로 바뀌고 말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마음은 떠나고 유족과 일부 세력만 외롭게 남게 되는 상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하지만 유족들의 인내와 절제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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