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19일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를 논의하려 했으나 새누리당에서 난색을 보여 이뤄지지 않았다. 애초 안전행정부는 회의에 경제 살리기, 소방 공무원 처우 개선 등과 함께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 안건으로 올렸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당의 안(案)이 정리되지 않았고 최근의 경제 살리기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며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고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절박성을 부인하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공무원연금은 국민 세금에서 보전해주는 적자가 2004년 1700억원이었던 것이 올해 2조원을 넘게 된다. 이제까지 누적 적자가 12조원이고, 앞으로 10년간 더 쌓일 적자가 5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대로 가면 나라가 빚을 내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꿔주는 일이 재정이 파탄 나는 날까지 지속될 것이다. 더구나 국민연금 가입자는 연금 보험료 1억원을 냈을 때 1억300만~1억8000만원을 연금으로 받지만 공무원연금 가입자는 그 액수가 2억3000만원이나 된다. 보통 국민들 가슴속에 공무원에 비해 턱없이 홀대받는다는 피해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역대 정권마다 고치는 척하다가 다음 정권에 '폭탄 돌리기' 식으로 넘기는 데 그쳤다. 이번에도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을 뜯어고치는 과제를 놓고 쭈뼛쭈뼛하는 것은 퇴직 공무원 32만명, 현직 공무원 100만명이라는 거대 집단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논의해보자는 것을 여당이 "왜 눈치 없이 안건으로 올리느냐"며 면박을 주고 있는 모습을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다. 이런 식으로 여당이 100만 공무원 표 앞에서 벌벌 떤다면 나중에 3000만 국민 표로 심판(審判)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들에게 맡겨놓다 보니 국민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용두사미 식으로 끝나곤 했다. 2009년에도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 공무원 단체 대표들이 대거 포함되더니 결국 기존 공무원들 기득권을 대부분 유지하는 손질로 끝냈다. 이런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에야말로 여당이 앞장서서 분위기를 조성하고 국회가 공무원의 실질 고용주인 국민을 대신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하는 것이 순리(順理)일 것이다.

지금부터 2016년 4월의 총선까지 20개월은 굵직한 선거가 없다. 마음먹은 개혁 작업을 하기에 '골든 타임'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국민들 사이에 공직 사회 개조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3월 생활고(苦) 끝에 동반 자살한 서울 송파구 세 모녀처럼 긴급 구조가 절실한 사람들한테도 지원을 제대로 못 해주는 형편에 퇴직 공무원들의 풍족한 노후 생활을 위해 막대한 국고(國庫)를 지출하는 구조는 어떻게든 고쳐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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