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6일) 100만 인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의 천주교 순교 복자(福者) 124명의 탄생을 기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6일 오전 10시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位)의 시복미사를 집전한다. 이날 시복되는 순교자들은 지난 1984년 성인(聖人)으로 선포된 103명의 아버지, 할아버지뻘로 한국 천주교 신앙의 1세대 선조들이다. 일반적으로 시복식은 교황청에서 열리며, 교황청 이외의 장소에서 열릴 경우엔 교황이 아닌 신앙교리성 장관이 대리 집전한다.

희망의 입맞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입장하던 중 한 어린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있다. 교황의 표정이 가장 밝아질 때는 바로 어린이들을 만났을 때. 교황은 이날 월드컵경기장 주변과 경기장 내에서 무개차로 퍼레이드를 하던 중 모두 8차례 차를 세우게 했다. 대부분 어린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였다.

한편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며 생명과 희망의 문화를 재차 강조했다. 교황은 "모든 남성과 여성,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빈다"며 물질주의와 이기주의, 무한경쟁 풍토를 비판했다. 교황은 또 희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현실 속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희망은 외적으로는 부유해도 내적으로 쓰라린 고통과 허무를 겪는 그런 사회 속에서 암처럼 자라는 절망의 정신에 대한 해독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을 거부하기를 빈다"고도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어 "한국 사회의 한가운데에서 하느님 나라의 누룩으로 더욱 충만히 부풀어 오르게 도와주실 것을 간청한다"며 한국 천주교회가 사회에서 모범을 보이기를 당부했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초 예정됐던 헬기 대신 KTX를 타고 일반 승객 500여명과 함께 대전으로 이동하며 이틀째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오전 9시 42분 대전역에 도착한 교황은 대기하던 쏘울을 타고 월드컵경기장 인근으로 이동해 싼타페를 개조한 무개차(無蓋車·오픈카)를 타고 미사가 열리는 경기장에 진입했다. 5만여 신자는 "비바 파파(교황 만세)"를 외치며 환영했다.


시복(諡福)

'시복'이란 가톨릭 교회가 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로 인해 이름 높은 이에게 '복자(福者)'라는 칭호를 주어 특정 교구, 지역, 국가, 혹은 수도단체 내에서 공적인 공경을 바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교황의 공식 선언을 말한다. 복자는 성인(聖人)의 아래 단계다. 가톨릭에서 시복·시성(諡聖)을 재가할 권한은 교황에게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