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과 관대함이야말로 가장 큰 권위이다."

최근에 작품 '교황 프란치스코'를 완성한 화가 홍경택(46)의 말이다. 홍경택은 자신의 '훵케스트라(funkestra)' 시리즈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얼굴을 그렸다. '훵케스트라'는 '펑크(Funk)'와 '오케스트라(Orchestra)'를 합성한 말. '성과 속, 고급 문화와 대중문화, 패턴과 리얼리즘이 교차하는 세계'를 추구하는 홍경택의 예술 세계를 이르는 단어다. 가톨릭 신자인 홍경택의 세례명은 교황명과 같은 프란치스코. 빈자의 성인인 프란치스코를 이름으로 삼은 첫 교황에게 그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copyright@Hong Kyung-Taek 홍경택의 2014년작‘교황 프란치스코’.

작품에서 교황에 대한 오마주는 우선 색채로 표현되었다. 그림은 제의나 축일에 따라 달라지는 사제의 일곱 가지 복장색인 장미색, 보라색, 녹색, 흰색, 검정, 특별한 날의 황금색, 빨강을 써 중세 비잔틴 회화를 현대화한 듯한 세련된 느낌이 든다. 교황의 온화한 미소가 중앙에 그려져 있고, 주변에는 교황의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표현하는 부드러운 살구색'이 쓰였다. 오랜 시간 교황 얼굴을 관찰하며 그린 화가는 말한다. "자신의 신념에 부끄러움 없이 살아온 사람, 약자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온화한 미소는 그 자체로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큰 위안을 준다."

1991년 미술 평론가 수지 개블릭은 "일종의 영적 치유를 거치지 않고 우리가 만들어 놓은 세상의 난장판을 치유할 수는 없다"는 진단을 내리고 현대 예술의 휴머니티를 강조했다. 종교, 인종,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과 반목을 거듭하는 세계에서 상처투성이가 된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위로해줄 무엇인가가 절실한 시점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에게 다가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적으로 새로운 유형의 리더로서, 새로운 개념의 권위를 제시한다. 교황은 무신론자들과 대화하기도 마다하지 않으며, 다양한 의견에 귀를 여는 관대함을 보여주었다. 2013년 가을 이탈리아의 '라 레푸블리카'지(紙)의 창립자 스칼파리가 무신론자 입장에서 쓴 교황에 대한 공개서한에 교황이 응답함으로써 대화가 시작되었고, 다양한 분야 지식인들이 교황의 생각에 관한 의견을 나누었다. 교황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인들의 지지는 뜨거웠다. 이때 나눈 교황의 대화를 보면, 1958년 예수회의 수련 수사가 된 이후에도 꾸준히 철학·문학·심리학 등을 공부하고 대학에서 강의했던 교황의 인문주의적 면모가 그대로 드러난다. 교황은 진리가 도그마가 되어 사람 위에 군림하는 것에 결단코 반대한다. 그는 예수의 권위를 "타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그들에게 자유와 삶의 충만함을 부여하려는 권위"라고 이해한다. 교황 자신을 포함하여 세계 모든 유형의 지도자들은 위에서 군림하는 자가 아니라, 봉사하는 자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교황 스스로가 약자를 위하여 실천하는 낮은 교회를 만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의 전 보건부장관 움베르토 베로네지는 교황이 "나는 신을 믿고 인간을 믿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 이로써 교회의 교리와 세속의 윤리학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는 '아가페'는 추상적 신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사랑', 즉 '공동선의 씨앗'이 된다. 교황을 통해서 21세기의 아가페는 종교·인종·국경을 넘어 인류의 연대감을 공고히 하는 개념이 되었다. 종파를 초월해서, 그리고 무신론자라 하더라도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인류의 '공동선'을 지향한다면 누구라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교황의 신념이다.

경영학에는 '메디치 효과'라는 근사한 말이 있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분야를 접목하여 창조적·혁신적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기업 경영 방식'을 일컫는 말로, 르네상스 미술을 후원한 피렌체 메디치 가문의 활동에서 유래한 말이다. 순수함과 관대함, 인간의 공동선의 실천이 교황을 진원지로 해서 계속해서 번져나가는 '프란치스코 이펙트'를 만들어 인류 전체가 공유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