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역시나 '명량'(김한민 감독, 최민식 주연)도 피해가지 못했다. 독과점 문제다. 하지만 '명량'은 이 문제에 대해 '도둑들'이나 '광해:왕이 된 남자'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기도 하다. 좌석 점유율이 너무 높아 독과점 얘기를 쉽게 못 꺼낸다는 말도 있는 것.

그도 그럴것이 '명량'은 지난 30일 개봉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일 스코어 경신을 하며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개봉 12일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천만 영화들이 그러했듯, 여전히 천만 영화 배경에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태나 높은 점유율은 이를 어느 정도 상쇄시키는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영화의 흥행은 스크린수와 관계가 있다. '명량' 스크린 독과점 논란의 가장 큰 이유는 이 영화가 극장을 보유한 CJ가 배급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무래도 쇼박스나 NEW의 작품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건 사실. 하지만 많은 스크린 수가 관객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역대 가장 많은 스크린을 차지한 영화는 지난 6월 개봉한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당시 최고 스크린수가 1,602개였지만 이 영화는 총 529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4편이었던 이 영화는 700만명대를 기록했던 전작들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관객을 모았다.

'명량'의 스크린 수는 2위다. 최고 1,586개의 스크린으로 11일까지 1130만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개봉 당시 스크린 수는 1,159개였다. 스크린 수가 관객수와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명량'은 지난 11일 1200개에서 6582번 상영됐다. 2위 '해적'은 스크린 수 790개, 상영횟수 3980번을 기록했다. '해적' 역시 롯데시네마를 보유한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배급 영화다.

전국 극장의 스크린수가 2,500개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명량'이 절반이 넘는 스크린을 장악한 것은 맞다. 외국 같은 경우에는 블록버스터라고 할지라도 시장 독점 논란을 피해가기 전체 스크린의 30%를 넘지 않는 게 일반적인 것을 상기했을 때, 한국만의 (부정적으로)특수한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외국과 한국 전체 스크린 수의 비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명량'의 좌석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즉 '관객들이 원하기에 극장가 건다'라는 논리를 쉽게 반박하기가 어렵다. 물론 독점을 논할 때는 스크린 수의 지속 기간과 상영 횟수, 동시기 상영 영화와의 균형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겠지만, 수요가 폭발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단순하게 스크린 독점을 재단할 수 없다는 화두가 '명량'을 통해 나왔다.

'명량'의 좌석점유율은 87%까지 기록했고  개봉 2주차 주말에 하루 평균 105만 관객을 모았다. 특히 9일 78.9%, 10일에는 75.8%라는 높은 좌석점유율을 기록했다. 보통 관객이 뜸한 평일 낮 시간 대에도 다른 영화보다 1.5~2배 가량 많은 관객이 몰린다.

이에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스크린 독과점은 좌석점유율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스크린수를 점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명량’은 이와는 다른 경우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명량’은 좌석점유율이 다른 영화대비 압도적으로 높아서 기존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는 궤가 다른 것 같다. 예매율이나 좌석점유율이 높은 정도가 아니라 기존의 영화사에 없었던 기록적인 수치이기 때문에 스크린 독과점 논란으로 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과거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됐던 영화들과는 다르게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명량’이 많은 관을 차지해 작은 영화의 상영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명량’이 다양성 영화의 스크린수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영화진흥위원회 집계결과를 보면 ‘명량’ 개봉 전후 다양성영화 스크린수나 상영 회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상업영화와 다양성 영화는 별개의 다른 리그로 봐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독과점 논란의 가장 큰 중심에 있는 것은 공급자가 관객의 선택 폭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극장에서 '명량' 외의 다른 영화를 관람하고 싶지만, 보고 싶은 영화가 다양한 시간대에 분포돼 있지 않아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일부 관객들의 원성이 존재해왔다.

한 극장 관계자는 "산업의 논리 테두리 안에서만 가둬야 할 게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 측면에서도 접근해야 한다.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을 소유하거나 자회사로 둔 대형 배급사의 영화는 관객들의 선택권, 중소영화의 상영기회 보장이라는 개념을 안아야 영화 산업이 기형적인 구조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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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