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의료 봉사를 하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의사 켄트 브랜틀리(33) 박사와 낸시 라이트볼 (60) 여사가 미국 송환 이후 증세가 크게 호전된 데는 '제트맵(ZMapp)'이라는 신비의 약이 큰 역할을 했다.

4일 미국 CNN 방송은 호흡 곤란 등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증세를 보인 브랜들리 박사와 라이트볼 여사가 미국 애틀랜타주 에모리대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라이베리아에서 제트맵을 투약 받고 증상이 크게 완화돼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바이오 제약회사 맵바이오가 개발한 제트맵은 동물에서 얻은 여러 에볼라 바이러스 항체를 모아 집적시킨 '항체 칵테일'이다. 에볼라에 감염된 뒤에도 이를 이겨낸 실험용 쥐 3마리의 체내에서 항체를 추출해 만들었다.

2003년 설립된 이 제약사는 미 국립보건원(NIH), 국방부 내 대량파괴무기 대응 전담기구인 국방위협감소국(DTRA) 등과 협력해 에볼라 치료제 개발에 몰두했다. 미 국방부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생체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치료제 개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맵바이오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원숭이 8마리에 이 약을 투여해 효과를 봤다. 그러나 인체를 대상으로한 임상시험은 거치지 않았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제트맵은 3개의 병에 냉동된 상태로 담겨 지난 31일 라이베리아에 도착했다. 제트맵은 8~10시간에 걸쳐 해동된 뒤 사용이 가능했다. 당시 9일째 에볼라 바이러스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던 브랜틀리 박사는, 라이트볼 여사에게 첫번째 투약 기회를 양보했다. 브랜틀리 박사가 "내가 나이도 훨씬 젊고 면역력이 강하니 좀 더 버틸 수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랜틀리 박사의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됐고, 첫번째 제트맵 병이 해동될 쯤에는 브랜틀리 박사가 의식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의료진들은 결국 첫번째 제트맵 약을 브랜틀리 박사에게 주사했고,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투약 1시간 만에 브랜틀리 박사의 호흡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몸의 발진이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다음날에는 혼자 샤워를 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두번째 약병을 투여받은 라이트볼 여사는 한 번의 주사만으로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세번째 병을 해동시켜 재투약을 실시했다. 다행히 라이트볼 여사의 증세도 급속도로 좋아져 지난 5일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브랜틀리 박사와 라이트볼 여사가 제트맵으로 급속히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자 "제트맵을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약으로 쓰면 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제트맵은 충분한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아 '정식 치료제'로서는 아직 무리라는 게 의료진의 판단이다.

지금까지 동물을 대상으로 실시된 제트맵 효능 검사 결과는 원숭이 8마리를 가지고 한 실험만 알려져있다. 에모리대 연구진은 원숭이를 4마리씩 나눠 한 그룹은 에볼라 감염 24시간 이내에, 다른 그룹은 에볼라 감염 48시간 이내에 제트맵을 투약했다. 실험 결과 에볼라에 감염된 뒤 24시간 이내에 제트맵을 투약받은 원숭이 4마리는 모두 살았다. 그러나 에볼라 감염 48시간 이내에 제트맵을 투약받은 원숭이 4마리는 절반인 2마리만 생존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제트맵을 투약받은 브랜틀리 박사와 라이트볼 여사는 열흘 가까이 에볼라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였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부작용을 겪을지도 지켜봐야한다"고 강조한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이미 서아프리카에서만 887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역대 최대 규모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 제트맵이 미국인 환자 2명의 목숨을 기적적으로 구한 일이 '에볼라 퇴치'의 실마리를 찾는 열쇠가 될지 전 세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