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본격적인 병영문화 개선조치를 내놓은 지 15년이 지났지만, 군대 내 자살자는 오히려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민권익위원회의 '군 사망·자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1년 164명이던 군내 사망자는 지난해 117명으로 감소 추세다. 하지만 같은 기간 자살자는 66명에서 79명으로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망자 가운데 자살자의 비율도 40%에서 67.5%로 늘었다.

인권 문제는? 4일 육군 28사단 집단 폭행 사망 사건에 대한 긴급 현안 질의가 진행된 국회 국방위원회 앞 복도에 ‘2015년 달라지는 군 복무’라는 국방부 홍보물이 붙어 있다. 이 홍보물은 병영 내 의식주 개선 문제가 주로 언급돼 있을 뿐 인권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자살자의 상당수가 일반 병사로 나타나 군이 실시하고 있는 병영 적응 교육, 가혹 행위 방지 조치 등의 병역 문화 개선 대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99년·2005년에도 '병영 문화 바꾸겠다'

국방부는 15년 전인 1999년 제2건국위원회 워크숍에서 '한국형 병영문화' 창출을 과제로 제시했다. 2000년에는 국방부 국방개혁추진위원회가 '신병영문화 창달 추진계획'이라는 종합보고서를 내놓았다.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돛을 올린 것이라고 했다.

당시 정부는 표준 일과표를 마련하고 저녁 점호도 인원이나 사병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수준으로 완화했다. 육군은 이어 2003년 8월 각 부대에 하달한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통해 분대장을 제외한 병사끼리는 명령이나 지시·간섭을 금지했다.

그러나 2005년부터 군내 인권 문제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1월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중대장인 이모 대위가 화장실이 더럽다며 훈련병 192명에게 인분(人糞)이 묻은 손을 입에 넣도록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군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다. 육군은 감찰감(중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권개선위원회를 설치하고, 부대에 인권 전문 상담실을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경기도 연천 육군 모 부대 최전방 경계소초(GP)에서 김모 일병이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난사해 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터졌다. 그간의 대책이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자 군은 부적응 병사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당시 사건 발생 한 달 만에 범정부 '병영문화 개선 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선진 병영문화 비전'도 발표했다. 그러나 사건 때마다 줄줄이 내놓은 대증적 조치는 이후에도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급증하는 부적응 병사

육군은 현재 자살 등 군대 사고 예방 등을 위해 부적응 병사를 대상으로 한 '비전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2만여명이 입소했다. 하지만 이번에 또다시 윤모 일병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군의 이런 노력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군에서 인권 문제를 담당했던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포함해 군대 내 가혹 행위 피해자나 자살자의 상당수가 외부 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피해를 당했다"며 "인권 상담 전화 설치나 소원수리 기회 확대보다 외부와 연계를 더 강화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