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 세월호 심판 이런 거 전혀 신경 안 썼다." 서울 동작구에서 장사를 하는 정상옥(69)씨는 31일 기자와 만나 "누가 동작 경제를 살릴 것인지만 생각하고 투표를 했다. 나경원이 그런 면에서는 제일 낫다고 생각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야권은 이번 7·30 재·보선에서 세월호 특별법 처리 지연 등을 앞세워 정권 심판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반면 여권은 선거 막판 '경제 살리기'를 내세웠다.

지역 주민 조경환(59)씨는 이날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먹고살기 좋아지는 것"이라며 "야당은 정신 차려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모(48)씨는 "야권 단일 후보라고 하는 정의당 노회찬 후보는 '정권 심판' '관(官)피아 척결' 같은 큰 얘기만 하더라"며 "동작을을 강남권역으로 만들겠다는 나 당선자의 지역 공약에 훨씬 눈길이 갔다"고 했다. 나 당선자 측 관계자들도 "동작에서 세월호, 4대강 등 대형 이슈를 제기한 야당에 '지역 일꾼'으로 대응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나경원 당선자가 31일 지역구를 돌면서 주민들과 당선 인사를 나누고 있다.

기 후보와 동작을 공천을 놓고 갈등을 벌였던 새정치연합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은 "야당은 이번 선거에서 박 대통령 심판을 내세웠지만,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미 평가를 받았는데 또 무슨 심판이냐"며 "야당이 대통령을 견제는 하되, 도울 것은 확실히 돕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동작을 보궐선거에서 가장 큰 변수는 정의당 노회찬·새정치연합 기동민 후보의 단일화였다. 지난달 24일 '야권 단일 후보'가 된 노 후보는 단일화 전 여론조사에서는 나 당선자에게 20%포인트 이상 뒤지고 있었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1.2%포인트(929표) 차로 졌다. '단일화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불과 한 달여 전인 6·4 지방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 박원순 서울시장은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동작에서 17%포인트 차이로 이겼을 정도로 최근 동작 민심은 야권에 유리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기 후보 측은 야권 패인(敗因)에 대해 "기 후보를 공천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반발을 진정시키느라 선거를 6일 앞두고 야권 단일화가 이뤄졌다"며 "단일화가 효과를 발휘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고 했다. 단일화가 투표용지 인쇄·발송(20일) 이후에 이뤄졌기 때문에 용지에는 기 후보 이름이 남아 있었다. 이 지역 무효표는 1403표였는데 이는 나 당선자가 노회찬 후보에게 앞선 929표보다 많은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동작을의 무효표 비율은 이번 다른 선거구의 3.7배"라며 "상당수 무효표가 기 후보 이름에 기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야권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았다. 자영업을 하는 최모(52)씨 "처음에는 기동민·노회찬 후보가 완주할 것처럼 얘기하더니 어느 순간 단일화 하더라"며 "이런 상황에서 (단일 후보를) 지지하고 싶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