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평창 동계올림픽이 새로운 선장을 만났다. 조양호(65) 한진그룹 회장이 3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0회 위원총회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장애인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 선임됐다. 재적 위원(120명)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됐고, 선임 결과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으로 확정된다.

조 신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회 준비를 위해 산적한 현안이 적지 않은 것을 알고 있어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유치위원장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평창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31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장애인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 선임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후 해외 출장을 떠난 조 위원장은 10일 귀국할 예정이며 11일부터 평창 조직위 업무를 맡는다.

IOC는 곧바로 홈페이지를 통해 환영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조양호 위원장 선임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에 대해 한국 정부와 체육계가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조 위원장이 풍부한 경험을 살려 2018년 동계 스포츠 선수들에게 훌륭한 경험을 선사해 줄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평창'이 세계 곳곳에 울려 퍼지게 한 주역이다. 캐나다 밴쿠버, 러시아 소치에 역전패 당하며 두 차례 좌절을 맛본 평창의 유치위원장을 맡아 폭넓은 스포츠 외교 활동을 벌여 배타적인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들 마음을 붙잡았다.

조 위원장은 유치위원회가 해산된 이후 초대 조직위원장 후보에도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강원도 출신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초창기부터 구상한 김진선 전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자 그룹 업무에 전념하면서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탁구협회 회장으로 체육계와의 인연을 이어왔다. 조 위원장은 "지난 3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소식을 제대로 챙겨보지 못했다"며 "어제 처음으로 간단한 브리핑만 받은 상황인데 이른 시일 내에 현안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당초 조 위원장은 지난 21일 김진선 전 조직위원장이 전격 사퇴한 직후 신임 위원장으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곧바로 회사 업무에 전념할 뜻을 밝히면서 고사(固辭)했었다. 그는 결심을 바꾼 배경에 대해 "국내외 여러 지인(知人)의 권유도 있었고, 유치 활동을 하면서 IOC에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심정으로 조직위원장직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그룹 업무에 지장을 받지 않느냐는 일부 우려에 대해 "조직위원장을 맡아 힘은 더 들겠지만 맡길 것은 맡기고, 관리할 것은 관리하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위원 총회에선 조직위원장 선임 문제를 비롯해 각종 현안에 대해 정부가 강원도 민심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조 위원장은 이에 대해 "당장 구체적인 답변을 하기는 어렵지만 서로 협력하고 토의하면 강원도와 대한민국 전체에 이익이 되는 성공적인 대회 개최가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대화를 통해 막힌 곳을 뚫는, 소통을 중시하는 위원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또 "각종 현안에 대해선 동계올림픽이 국제 수준에 맞게 열릴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출신인 조 위원장은 강원도와의 인연에 대해서는 "유치위원장으로 활동할 때 강원도민 여러분의 따뜻한 배려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했다"며 "군 생활도 강원도에서 했기 때문에 인연이 깊다"고 말했다. 그는 "강원도를 자주 찾아가 도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직접 듣고, 또 대회가 성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직접 알아보겠다"고 말했다.